프랑스 전문가, 한국법원에 감정결과서 제출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원료 탈취 분쟁을 치르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국내 소송에서 감정인이 포자(spore)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대웅제약·메디톡스의 보톡스가 같은 원료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밝혀낼 감정이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시작된 이번 분쟁은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마이클 포포프(Michel R.Popoff) 박사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에 감정서를 제출했다.

이 감정서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에 포자가 형성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포자 형성 여부는 이 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톡스 균주(홀A하이퍼)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에 들어온 양규환 카이스트 명예교수로부터 공여받은 것”이라며 “국내 토양에서 자연추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포자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웅제약은 지난 2006년 경기도 용인의 한 마굿간 토양에서 보톡스 균주를 검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검출된 균주에서는 포자가 형성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에 따라 포포프 교수의 감정 결과 대웅제약의 균주에서 포자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메디톡스의 주장을 설득력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대웅제약이 힘을 받게 된다.

이 소송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분쟁은 지난 2016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정현호 대표는 그해 말 “대웅제약이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 370만~380만개 중 독소와 관련한 1만2천912개를 공개했는데 이는 모두 메디톡신과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인 메디톡신 균주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번째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인 메디톡신을 개발, 현재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보다 늦은 2014년 4월 보톡스 주사제인 나보타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70여개 국가에 나보타를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5월 미국에 제품을 출시했다.

유럽에서도 지난 4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나보타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해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받았다.

이에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으나 2017년 10월 현지법원은 ‘소송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원은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이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에서도 지난 2월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법원에 대웅제약을 제소하며 분쟁을 이어갔다.

양측은 이번 감정 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소송에 관련된 내용은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 역시 “재판에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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