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전기차 시장, 캐즘 구간 진입”
한전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 수요 세 배”
韓 배터리업체, 작년부터 공장 가동률 낮춰
가동률 하락, 올해 1분기 실적부터 반영

관람객들이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인터배터리 2024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유덕규 기자]
관람객들이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인터배터리 2024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유덕규 기자]

[현대경제신문 유덕규 기자] 전기차 수요 감소에 국내 배터리업체의 1분기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공장 가동률도 낮추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발표한 2차전지 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고가 내구재 소비심리 위축,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 및 부족한 충전 인프라, 각 국 보조금 축소 및 친환경 정책 지연 등 단기 수요둔화 요인이 부각됐다”며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 구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호섭 위원은 이어 “2차전지 시장 내 수급 저하가 전망되고 리스크 요인은 점점 증가할 것”이라며 “업체별 주요 재무지표는 중단기적으로 과거 대비 약화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은 다른 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분기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어닝 쇼크를 예상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2차전지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셀, 양극재 등 대부분 외형 감소 및 어닝쇼크가 예상된다”며 “전 지역 EV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중 국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은 삼원계 적용 모델수요 감소 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2024년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10가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4.1테라와트시(TWh)로, 수요(1.2TWh)를 세 배 이상 뛰어넘었다.

보고서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에 따라 다수의 배터리 제조기업이 미국, 유럽 등에 투자를 발표하면서 올해 배터리 생산 능력이 2022년(1.7TWh)보다 2배 이상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생산 능력의 3분의 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가동률은 이미 낮아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및 해외 거점 가동률은 지난 2021년 72.7%에서 2022년 73.6%, 지난해 69.3%로 꾸준히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89%에서 84%, 지난해에는 76%로 하락했다.

2021년 가장 높은 가동률을 보였던 SK온은 같은기간 92.3%에서 이듬해 86.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소폭 회복해 87.7%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배터리업계는 지난해 감소된 공장 가동률이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 3~4개월 뒤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배터리산업의 회복·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친환경 전환 기조가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포트폴리오를 넓히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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