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중위권 희비 ‘엇갈려’
신규 상품 통해 시장 선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규모가 올해 들어 13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통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순자산액 상위를 유지 중인 자산운용사는 왕좌를 위해, 중위권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편집자주]

미국 뉴욕 나스닥타워 전광판에 게재된 TIGER ETF 광고.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뉴욕 나스닥타워 전광판에 게재된 TIGER ETF 광고.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이 각각 54조2,225억원 50조3,518억원으로 양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말 각각 48조, 44조원대의 순자산을 보유했다.

이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각각 10조2,161억원 7조4,067억원 순이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의 경우 지난해 말 5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순자산액이 급증했다. 지난 2022년 ETF브랜드명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바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체 운용사 중 가장 빠르게 점유율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순위 경쟁이 제일 치열한 자리는 5위권이다. 신한자산운용 3조3,257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 3조2,803억원, 한화자산운용 3조1,013억원으로 세 곳 모두 3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한화, 키움, 신한 순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월배당,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빠르게 규모를 늘려왔다. 'SOL 2차전지소부장Fn' 'SOL 의료기기소부장Fn' 'SOL 자동차소부장Fn' 등을 잇달아 내놨다.

월배당 ETF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SOL 월배당 시리즈 4종 순자산이 이달 들어 7,5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신한자산운용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을 선보였다.

키움투자자산운용 역시 지난해를 ETF 사업 원년으로 삼고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ETF 상품전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팅사업부를 신설하고 신규 ETF 15개를 출시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OSEF라는 브랜드로 패시브 ETF를, '히어로즈'라는 브랜드로 액티브 ETF를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ETF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TF 투자의 경우 거래의 편의성, 공모펀드보다 낮은 수수료, 다양한 상품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ETF 자산 규모는 늘어났지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니 점유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인력 사정이 다르거나 이동하는 사례가 많아 전략 싸움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자산운용]
[사진=삼성자산운용]

이색 ETF 출시 잇따라

지난 1·2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25개로 전년동기(12개)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역대 최대치다. 1∼2월은 ETF 시장의 ‘비수기’로 평가되지만 자산운용사 간 신규 상품 출시 경쟁이 붙으면서 역대급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점은 이색적인 테마형 ETF 출시다. 운용사는 주가지수 등을 단순히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아닌 특정 테마의 종목을 묶은 액티브 ETF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운용사들이 주목한 테마는 비만치료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TIGER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를 신규 상장했다. 이 ETF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 비중은 일라이릴리·노보노디스크에 각각 28%씩 총 56%다. 나머지는 아스트라제네카·머크·암젠·로슈·화이자 등 비만치료제 관련 매출이 발생하거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글로벌 상장사 8곳에 넣는다.

KB자산운용도 지난달 27일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를 선보였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에 최대 56% 비중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과 다른 게 있다. 나머지 44%를 아스트라제니카 등 비만 신약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룰루레몬 등 피트니스·행동치료 업체에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운용사 중 처음으로 비만치료제 기업으로 구성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를 내놨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각각 25%씩 담아 앞선 ETF보다 두 기업의 비중이 가장 낮다. 질랜드 파마 등 기술수출 기대감 등으로 잠재 성장률이 높은 강소 제약사 4개를 담은 것도 특징이다.

신규 기업공개(IPO)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ETF도 최초로 출시됐다. 현대자산운용이 내놓은 ‘UNICORN 포스트 IPO 액티브’는 신규 상장주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상장 이후 15영업일 이후 180영업일 이전에 풀리는 기관 등의 보호예수 물량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선보였다. 1월 말 내놓은 ‘ACE KPOP포커스’ ETF로 음원·음반 사업과 공연 활동 등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 중 10개를 선별했다. 에스엠(비중 27.14%)·하이브(24.83%)·JYP엔터(23.19%)·와이지엔터(18.78%) 등 소위 ‘4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엔터테인먼트사 4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한자산운용은 반도체 전공정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SOL 반도체전공정’과 후공정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SOL 반도체후공정’ ETF를 출시했다. 포트폴리오를 국내 반도체 핵심 기업 10개로 각각 구성한 게 특징이다.

다만, 테마형 ETF에 투자할 때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ETF 하면 흔히 분산 투자에 따른 위험 완화를 장점으로 떠올리지만 테마형 ETF는 다르다. 분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산업 혹은 기업에 투자할 때 기대할 수 있다.

테마형 ETF는 주목받는 특정 산업을 고른 뒤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므로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펀드매니저 수 4년 새 30% 증가

국내 펀드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펀드매니저 수가 4년간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ETF 본부장급 인사의 연쇄 이동이 일어는 등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국내 펀드매니저는 총 872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688명 대비 27% 증가한 수준이다. 이후 2023년 초에는 805명까지 불어났고 1년 만에 또 8%가량 늘어난 셈이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2020년 45명에서 현재 77명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42명에서 54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 KB자산운용(75명), 신한자산운용(53명), 한국투자신탁운용(42명)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펀드매니저 수의 증가세는 ETF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ETF의 순자산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고 최근 130조원까지 규모가 커지면서 운용역들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운용역 수가 600명대에 머물던 2020년에는 국내에 상장된 ETF는 총 450개, 순자산은 52조원 수준이었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KB자산운용은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을 영입했다.

아울러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고 노아름 키움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KB자산운용에 합류하기로 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ETF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본부장급 인사 영입에 나선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ETF 시장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과 미래에셋 양강체재에서 중위권의 약진도 눈에 띄는 만큼 인재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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