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호텔업계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조선호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타로 호텔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신규 브랜드를 오픈하는 등 영업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음에도 단기적 요인인 코로나에 발목을 잡히기보단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편집자주]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이 호텔은 254개의 객실을 보유했으며 신세계조선의 최상급 호텔 브랜드다. <사진=신세계조선호텔>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이 호텔은 254개의 객실을 보유했으며 신세계조선의 최상급 호텔 브랜드다. <사진=신세계조선호텔>

내수에 해외시장도 적극공략

신세계조선호텔이 강남과 판교에 독자 브랜드 호텔을 개장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년 4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을 오픈한다고 16일 밝혔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조선 팰리스는 경제와 관광, 문화 등 산업요소 전반에 걸친 최고의 입지 강남의 심장부 테헤란로에 있는 만큼,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호텔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말 경기도 판교에도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을 신규 개장한다.

판교와 분당 등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로 운영하겠단 포부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서울 강남과 판교의 지리적 특수성을 반영한 조선 팰리스와 그래비티 호텔에 대해,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소프트 브랜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독자브랜드와 컨셉은 유지하면서도 메리어트 인터내셔날과 제휴를 맺어 메리어트의 해외고객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소프트 브랜드란 독자 브랜드 이름과 고유의 브랜드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예약망 등은 활용할 수 있는 호텔업계의 제휴방식 중 하나다.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각 사업장 성격에 맞춰 호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적으로 구성했다”며 “각각의 호텔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호텔은 미국 시애틀 지점에 롯데호텔 시애틀을 이번달 24일 오픈한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투자와 공동 투자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스탁브릿지로부터 롯데호텔시애틀을 위탁 운영하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1억7천500만달러(2천40억원)다.

롯데호텔은 이번 시애틀 지점이 개장하면 미국에서는 뉴욕 지점을 포함해 총 2개의 호텔을 보유하게 된다.

롯데호텔 시애틀은 시애틀 5번가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로 44층 높이의 빌딩 1층부터 16층에 총 189실(스위트룸 31실)로 구성됐다.

김현식 롯데호텔 대표는 “지난 2015년 인수한 ‘롯데 뉴욕팰리스’에 이어 시애틀까지 진출해 글로벌 호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호텔 브랜드로 올라섰다”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호텔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지난 6월 베트남에 약 300개의 객실과 아웃도어 풀·라운지 등의 시설을 갖춘 어퍼업스케일급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신규 개장했다.

신라모노그램은 위탁운영 방식으로, 신라호텔이 새롭게 내놓은 고급호텔 브랜드다.

신라호텔은 올해 2월 모노그램을 오픈한다고 지난해 11월 밝혔으나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자 건물주인 탄콩그룹과 일정을 조율하며 개관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신라호텔은 이번 다낭 1호점 출점을 필두로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여개 도시에도 진출해 해외 사업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2021년 미국실리콘밸리에 200여개 객실 규모인 신라의 부띠크 호텔 ‘신라스테이’를 새롭게 오픈할 계획으로 북미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신라모노그램을 기반으로 글로벌 호텔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 5번가에 들어선 롯데호텔시애틀. 189개의 객실로 구성됐으며 인테리어는 산업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스탁(Philippe Starck) 이 맡았다. <사진=호텔롯데>
미국 시애틀 5번가에 들어선 롯데호텔시애틀. 189개의 객실로 구성됐으며 인테리어는 산업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스탁(Philippe Starck) 이 맡았다. <사진=호텔롯데>

부진한 실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특급호텔들의 이러한 신규 출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가운데 단행한 것이다.

호텔신라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6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5천230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61.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67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직격타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막대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면세사업을 포함한 TR(Travel Retail)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47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64% 감소한 4천392억원으로 국내 시내점 및 공항점 매출이 같은기간 각각 48%, 90% 감소했다.

호텔·레저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해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매출은 동기간 837억원으로 35% 줄었다.

호텔롯데도 여지없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분기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다.

호텔롯데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2천6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으며 매출은 7천90억원으로 60.8% 급감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호텔사업부문의 2분기 매출은 87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9% 감소했으며 1천28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면세사업부문의 매출은 5천803억원으로 동기간 61.56% 급감했으며 7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신세계조선호텔도 2분기 18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동기간 대비 37.5% 감소한 312억원에 그쳤다.

호텔업체들은 2분기뿐만 아닌 올해 1분기도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처럼 호텔업계의 상황이 나빠지자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7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장기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서 해제하고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현재도 호텔신라와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한기평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손실과 차익금 증가 등 수익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과거 사스와 메르스에 비해 더욱 커 면세산업의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신세계조선호텔의 무보증 사모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하고,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로 하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고객층인 외국인 입국자가 크게 감소하고 내국인의 집단시설 이용기피현상 등으로 객실수요 부진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 등급을 강등시켰다.

신세계조선호텔의 현재 등급도 변동없이 A2-다.

한신평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포포인츠서울남산과 레스케이프에 최소 임차료가 있어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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