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자동차 모터스포츠는 전세계에서 꽤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매년 수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 붓고, 자동차 메이커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도 모터스포츠 팀을 설립해 대회에 참가할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모터스포츠는 비인기 종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고 불리는 F1도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참패를 기록했다.

이런 국내 분위기 속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 현대자동차가 최근 세계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3년 철수했던 WRC(월드랠리쳄피언십) 대회에 2012년 복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모터스포츠팀이 해체됐음에도 현대자동차의 WRC 복귀는 높은 기대를 받지 못했다. 고성능 차량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입지가 열악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WRC팀 꾸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 마침내 지난 2019년 시즌 제조사 부문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메이커의 첫 번째 모터스포츠 대회 우승이었다.

모터스포츠에 꾸준한 투자를 단행했던 현대자동차의 결실은 단순히 대회 1위에 머무르지 않고, 양산차 시장에서 고성능 브랜드 ‘N’으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의 ‘N’은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로 지난 2017년 유럽에서 i30 N의 판매로 시작됐으며, 올해에는 아반떼, SUV차량인 코나에도 N라인이 적용됐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고성능 차량의 판매량은 차량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해 모터스포츠를 통해 양산차의 성능 개선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자동차 메이커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도 1990년대부터 모터스포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여러 대회를 참가해 도요타의 수프라, 닛산 스카이라인 GT-R, 미츠미시 랜서 에볼루션, 스바루 임프레자 등의 명차를 만들어내며,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때문에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금까지도 여러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자국 모터스포츠 산업을 키우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혼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접 운영하던 F1 팀을 해체했지만 지금도 F1 엔진을 만들어 레드불 F1 레이싱, 스쿠데리아 알파타우리 팀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미래차라는 패러다임과 함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 참가는 단순한 홍보는 아닌 생존과 경쟁을 위한 미래 투자라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도 모터스포츠를 통한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차량 성능의 진화를 거듭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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