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지난 1백년을 돌아보라

 
 

#48 지난 1백년을 돌아보라      

- 지금은 인류가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 왜 그런 말을 하나? 
- 뭔가 우울의 기운이 편만합니다. 코로나의 충격이 이대로 가시지 않을 것만 같은. 
- 좀 기다리면 백신이든 치료제든 나올 거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 원상으로 돌아가겠지. 
-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예전 같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은 둘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놓았으므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 ‘2050년 같은 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더군. 
-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비관과 낙관 사이를 오간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문제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게 맞느냐 이제 사는 방식을 바꿔야 하느냐 하는 게 핵심적 질문입니다. 
- 중요한 문제로군. 그렇다면 앞으로 사는 방식을 바꾼다는 건 어떤 뜻인가? 
- 인간은 계속해서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활동을 늘리고 땅을 개간하고 도시를 넓히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애를 낳고, 집을 짓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책을 썼지요. 세계 인구 83억. 인류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죠. 여기서 더 확장해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정점을 찍고 돌아서야 할 때인가. 그렇다면 더 이상은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인간만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 그러니까 바꾼다는 건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가 보군. 
- 그렇죠. 
- 그런데 개발문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중요한 것 같네. 시기적인 구분이라든가, 목적, 그 성격 특성 같은 것 말이야. 정복, 개발 그런 것을 의미하나?
- 중요한 말씀입니다. ‘예전’이라는 개념이 좀 막연한데, ‘코로나 이전’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말일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시기적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라고 구분해보고 싶어요. 
- 산업혁명은 기계의 발명과 대량생산의 시대를 가져온 사건이지. 
- 크게 보면 그렇죠. 대략 1800년 전후로, 자동차가 등장하고 유무선 통신이 시작되고, 대륙간 이동이 자유로워져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난 시기. 도시화와 자본주의, 사상적으로는 합리주의, 과학기술의 태동하여 확산되었고, 정치권력과 지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시기죠. 종교나 정치적으로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던 권력을 대중이 공유하게 되었던 시기. 
-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 비슷하죠. 1800년 직전에 ‘시민혁명’이 일어났죠. 
- 부르조아가 등장하면서 ‘만인평등’이 문명사회의 큰 전제가 되었지. 
- 맞습니다. 19-20세기까지 2백여년 동안의 지구에서는 그 이전 2천여 년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뭐니뭐니 해도 그 절정은 최근 약 50년 정도의 기간이 아닌가 합니다. 
- 그래? 그 50년의 특징은 무엇인가? 
- 아시겠지만, 복기 차원에서 한번 되짚어보죠. 1차 산업혁명, 2차 산업혁명 같은 분류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농경사회 이후 1784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된 1차 산업혁명. 1백년 뒤 전기 에너지의 대중화와 함께 진행된 2차 산업혁명, 다시 1백년 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진 자동화 중심의 3차 산업혁명….   
- 그러니까 최근 50년이란,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말하는 것인가? 
- 생산과 소비구조를 중심으로 보면 그렇습니다만, 이것 외의 측면에서 가지는 특징들도 있습니다. 
- 예를 들면? 
- 또 한 번의 대중화가 이 시기에 일어났다고 봅니다. 권력의 대중화, 지식의 대중화를 거친 끝에 무엇보다 부(富)의 대중화가 현실이 되었죠.  
- 부의 대중화라. 
-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러니까 60-70년대만 해도 집집마다 상수도가 나오고 개인 자가용을 보유하고 날마다 생선이나 육류를 먹고 기계로 농사를 지으며 해마다 비행기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어요. 소수의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이 여겨졌죠. 
-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기계 같은 것도 드물었지. 냉장고며 세탁기며….
- 맞습니다. 그 꿈같은 일이 지난 50년 사이에 달성된 거에요. 옛날 같으면 왕족만이 고기와 얼음을 먹고, 수레를 타고 다니고, 사람을 부릴 수 있었으나, 지금은 누구든 그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잖아요? 왕족이나 누리던 부귀영화를 지금은 많은 대중들이 비슷하게 다 누리고 있다는 거에요.   
- 돈이 필요하지 않나?  
-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돈은 대다수가 가지고 있어요. 옛날 귀족들처럼 굳이 큰 집을 지어 하인을 한 집에 먹여 살릴 필요도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여 먹고 싶은 것을 사먹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필요한 일을 남에게 맡길 수도 있죠. 서로가 서로에게 서비스를 하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정착된 거죠. 자동화 기계를 이용하기도 하고요.  
- 또 다른 특징이 있나?
- 대단위로 모여서 하는 일. 교통이 발달하고 소통이 잘 되니 대규모로 모여서 살고(도시, 아파트), 모여서 즐기고(공연, 축제), 모여서 공부하고(학교, 종교), 모여서 일하고(기업, 공장), 모여서 운동하고(올림픽, 프로스포츠)…. 이런 일들이 글로벌 단위로 이루어졌죠. 왕래가 자유로워져서 철따라 여행을 다니고, 통신수단이 발달하여 말도 늘어났고요.
- 그런데 이제 그런 일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 
- 바꾸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코로나가 던져준 가장 큰 명제가 ‘사회적 거리두기’ 아닌가요?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도 하죠. 
- 하하하. 그, 그렇군. 그런데 그게 일시적인 문제인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인지, 그게 관건이겠구만. 
- 그 지점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도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고 믿는 사람들과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람들. 장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 코로나가 아니어도 어차피 시대는 변해가고 있었던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전쟁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전쟁 이전 시대와 전쟁 이후 시대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바뀌게 되네. 지난 역사에서 보듯이. 그런 차원에서 ‘다른 세상’이 될 거라는 말도 틀리진 않을 것 같네. 
- 누가 누구를 공격한 일도 없이 전쟁을 한번 치른 셈이로군요. 총이나 미사일 한 발 쏜 적도 없이 말이죠. 
- 그래. 어떤 세계가 될지는, 이렇게 한번 살펴보게. 큰 눈으로도 보고, 작은 눈으로도 보라는 거야. 시간적 공간적으로. 살피다 보면 차츰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   (계속)

自細視大者 不盡 自大視細者 不明 
자세시대자 불진 자대시세자 불명
- 미세한 눈으로 큰 것을 보면 전체를 볼 수가 없고, 큰 눈으로 작은 것을 보면 자세히 볼 수가 없다. (<장자> 추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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