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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

기사승인 2020.05.08  1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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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웃음 관찰기

#40. 웃음 관찰기            

- 마음에 짐이 있는 사람은 우스운 말을 들어도 크게 웃지 않고, 슬픔이 있는 사람은 웃음소리가 울음소리와 비슷하며, 기쁨이 있는 사람은 남이 보든 안 보든 얼굴에서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저절로 배어나온다. 쥐어짜듯 웃는 사람은 깊은 우울을 이겨내려 애쓰는 것이며, 미간을 찌푸리고 웃는 사람은 상대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부터 의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웃음학인가요? 
- 학(學)? 아무 데나 ‘학’자를 끌어다 붙이지 마라. 제일 골치 아픈 게 공부 아닌가. 나는 공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네. 
- ㅋㅋ.. 저도 좋아는 안합니다만, 무엇에 대하여 그렇게 분석적인 설명을 붙이는 것을 이론(theory)이라고 하잖아요. 이론을 정립하면 학이 되는 거죠. 
- 하여튼 먹물 근성이란…. 
-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런 듯도 하네요. 하지만 공자님도 말씀하셨죠.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 내가 그래서 공자를 싫어했다니까. 
- 암튼 학이든 썰이든, 하던 얘기 마저 해주세요. 웃음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네요. 
- 어리광부리듯 헤픈 소리로 웃는 것은 상대를 신뢰한다는 의미이며 파안대소하는 것은 마음에 두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 그럴 듯합니다. 웃는 것도 이제 함부로 못하겠네요. 이렇게 웃음 하나로 사람의 마음 속을 꿰뚫어보다닛. 
- 웃음소리나 웃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근황을 알 수 있지. 그게 뭐 어려운가. 
- 쥐어짜듯 웃는다는 것은 어떤 웃음을 얘기하나요. 
- 유난히 크게 호들갑스럽게 웃는 경우가 있지. 별로 우습지도 않은데 일부러 몸속으로부터 웃음을 끌어내서 웃는 경우야. 사실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지. ‘나는 웃어야 한다’라는 강박감 같은 것. 
-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윗사람이 별로 우습지도 않은 얘기를 농담이랍시고 했을 때, 다들 반응이 싸늘하지만 나는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하는 표시를 하고 싶을 때.
- 아부성 웃음! 그렇지 그런 웃음도 억지스럽지. 속으로는 쓴웃음이 나올 거야. 
- 미간을 찌푸리며 웃는 것도 쓴웃음 종류일 거 같군요. 
- 진짜 웃기긴 하지만 내가 이 사람 말에 웃어도 되나? 하는 경계심 같은 게 있는 경우겠지. 
- 그러니까 마음속에 의심이 남아있다는 거군요. 
- 소리를 크게 내서 후련하게 파안대소하는 것은 정말 꾸밈없이 재미를 느낀다는 것인데, 이런 웃음은 상당히 건강한 웃음이야. 그런데 억지로 쥐어짜 웃는 것인지 정말로 터져나오는 것인지는 잘 살펴야 하지. 후련한 웃음은 맑고 맺힌 데가 없는 소리를 내는데, 쥐어짜는 웃음은 탁하고 ‘끄억끄억’하는 소리의 매듭이 느껴지지. 
- 아하. 장자님이 귀가 밝아서인가요? 보통 사람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나요?
- 보통 사람도 조금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걸세. 
- 소리 없이 웃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 소리 없는 웃음의 첫 번째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웃겠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입술 양끝이 올라가는 것인데, 이런 웃음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음에 기쁨이 넘치기 때문에 참을 수 없이 나오는 것이지. 소리 내어 웃을 상황이 아니라서 웃지 않으려고 하지만 표출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 
- 예를 들면요? 
-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쁨은 심장에서 나오는 감정인데, 좋은 사람을 만나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지 않나? 맥박이 빨라져서 혈압이 올라가고 몸은 슬슬 뜨거워지지.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입이 벌어지며 웃음이 나와. 공기의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열을 식히기에 유리한 작용이지. 할머니가 그리던 손주가 찾아왔을 때 얼굴에 싱글벙글 미소가 피어오른다든가, 선남선녀가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만났을 때 눈웃음과 함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도 같은 현상이지. 이런 웃음은 마치 기름을 담은 종이그릇에서 기름기가 밖으로 번져 나오듯 아무리 노력해도 감출 수가 없다네. ‘사랑과 가난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이 괜히 생겼겠나.  
- 그런데 분노로 흥분하거나 두려움으로 긴장했을 때도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나요? 
- 주파수가 다르지. 기쁨의 맥박은 견딜만한 박동으로 빨라지지만, 두려움의 맥박은 진폭이 작고 더욱 빨라서 심장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지. 두려움의 감정은 신장에서 일어나 손발부터 차갑게 오그라드는데, 이때 심장이 조급하게 뛰는 것은 신장이 위축되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 혈액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응급작용이야. 심장의 운동은 간접작용이라 할 수 있지. 노여움, 분노의 감정은 간에서 일어나 열이 눈으로 올라가. 맥박은 큰 진폭으로 장중하게 뛰며 맥놀이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역시 심장에 자극이 가해지지만, 그 또한 심장의 작용은 부수적일 뿐이야. 
- 그러니까 진정한 심장의 웃음은 기쁨의 웃음뿐이라는 말씀이로군요. 
- 다른 장기로는 웃을 수가 없지. 
- 뭐 좀 아리송함이 남지만, 그렇다고 해두죠. 크게 소리내어 웃는 경우는 어떤 웃음입니까? 
- 꾸밈없이 즐거운 감정으로 파안대소 하는 것은 건강한 웃음이라고 생각하네.
- 박장대소라는 말도 있는데요. 
- 파안대소는 스스로 크게 즐겁다는 뜻이고, 박장대소는 내가 즐겁다는 것을 남에게도 알리고 싶다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네. 두 웃음의 차이는 박수를 친다는 것 아닌가. 박장(拍掌)을 할 때는 즐거움을 더 크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지. 그런데 이게 좀 억지스러울 때는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나게 돼. 웃음이 진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겠네. 
-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와 같은 상태인가요? 
- 당장은 웃음이 나서 웃지만, 요즘 감정은 슬픔 비탄 우울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 아니면 남에게 즐겁게 보이기 위해 웃어야만 한다는 강박감을 가진 상태거나. 허파에서 우울의 한숨이 섞여 나오므로 허망하게 들리는 웃음이라네. 
- 아, 뭐 믿거나 말거나 같지만 그럴듯합니다. 울음에도 종류가 있나요? 
- 오늘 다 얘기하려 했는데, 벌써 잘 시간이네. 다음 주에 보세.  (계속)    

황이리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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