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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

기사승인 2020.04.03  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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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벌거벗은 임금님 속편

   
 

#36. 벌거벗은 임금님 속편        

- 자, 이제 제가 지은 우화입니다. 
- 좋아. 이제야 비로소 다음 주가 기다려지기 시작하는군. 
- 다행이군요. 옛날 어느 나라에 낯선 사람 둘이 나타났답니다.
- 좋아. 
- 그들은 임금님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단으로 옷을 짓는 재단사들이랍니다. 임금님을 위하여 옷을 지어드리겠어요.’그러자 임금님이 물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옷감이라고?’ ‘아,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이 나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선량한 사람들의 눈에는 물론 보통의 옷감처럼 잘 보입니다. 아주 고급스런 비단이랍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 어이구. 그거 어디서 들은 얘기 같은데? 
- 그래서 임금님이 지어입고 퍼레이드를 벌였는데 그것도 아세요? 
- 알다마다! 그것도 퀴즈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웃음을 참으면서 ‘임금님이 옷이 멋집니다. 훌륭해요’라고 환호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두 알아요.
- 그럼 여기까지 모두 아시는 얘기이니, 제가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 그럼 끝났네? 
- 근데 제 얘기는 이 지점부터 시작이에요. 
- 속편이라도 썼나보군?
- 맞습니다. 이제 속편입니다. 
- 흐흥. 제법. 좋아. 난 이제 눈감고 들어보겠네. 한번 읊어보시게.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라보다 더 사악한 나라가 가까이에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을 때, 한 목 두둑이 챙긴 재단사들은 서둘러 그 나라를 떠났다. 군중 속의 어린 아이가 '임금님이 벗었어요. 아하하하'라고 큰 소리로 웃어댈 즈음, 재단사들은 이미 사악한 나라에 들어서고 있었다. 
낯선 사내들을 발견한 도성의 순찰관들이 그들을 불러세우자 재단사들은 아주 벅찬 표정으로 말했다.
“재미있는 얘길 해드리죠. 옆 나라에서 오늘 대단한 퍼레이드가 있었답니다.” 
순찰관은 매우 의심하면서도 재단사들의 허풍에 즉각 호기심을 나타냈다.  
“양심이 불량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비단 옷을 입은 임금님이 군중들의 환호 속에 퍼레이드를 펼쳤지요. 놀랍게도 그 나라 고관대작들은 모두 그 옷을 볼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었어요. 백성들도 그랬고요.” 
“선량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비단이 있다구? 그리구 그 나라 사람들이 거의 그것을 볼 수 있었고?”
“그렇다니까요. 우리 두 사람이 바로 그 비단을 가지고 다니며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옷을 짓는 재단사들이죠.” 
“그래? 그런게 정말 있을까?”
사악한 나라의 순찰관답게 그들은 습관적인 의심을 드러내며 두 사람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러나 닳고 닳은 재단사들은 임기응변에 능했다. 
“그렇고 말고요. 저기, 우리가 타고 온 수레 뒤에 실려 있는 때깔 좋은 비단들이 보이지 않나요?” 
“아마 순찰관 나리들은 금방 알아보실 거 같은걸요.”
두 재단사가 서로 장단을 맞춰가며 추켜세우자 순찰관 한 사람이 수레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거야?” 
“거기 오른쪽에 보세요. 가득 실려 있는 걸요.” 
재단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다른 순찰관이 눈치 빠르게 말했다. 
“아아, 이것 말인가? 때깔 좋은 걸? 살짝 펄이 섞인 듯한 이 느낌. 이것이 비단일 거라곤 미처 생각을 못했네 그려.”
그러자 처음의 순찰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아아, 여기? 이게 바로 비단에서 반사되는 빛이었나? 아까부터 나도 보고 있긴 했는데 차마 비단이라는 생각을 못 했구만. 맞는 말이야.” 
재단사들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형 재단사가 재빨리 순찰관들의 곁으로 다가서면서 빠르게 조잘거렸다. 
“그렇죠?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나으리. 어느 도시에서나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사회의 감시자로서 착실히 살아가는 순찰관들이야말로 가장 정직하고 정확한 눈을 가진 분들입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동생 재단사도 장황한 한 마디를 보탰다.
“그 옆 스칼렛 계열의 공단은 어떻습니까. 마치 42년을 숙성시킨 볼레뉴 지방의 와인 원액을 15%의 증류 알콜로 희석시켜 사월 중순 어느 맑은 날 저녁 여섯시 30분쯤의 노을에 비쳐볼 때 나올 수 있는 빛처럼 은근하지 않나요?”
“지금 저 친구 뭐라고 한 거지?” 
순찰관 한 사람이 동료에게 귀엣말로 물었다. 동료는 순찰관에게 대답하는 대신 재단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 참 절묘한 표현이군. 나도 딱 그런 생각을 했었네. 42년을 숙성시킨 볼레뉴 와인의 빛과도 같이 은은하구먼.”  

- 잠깐만. 그 참, 허풍스럽군 그래. 42년을 숙성시킨 볼레뉴 와인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 여섯시 30분쯤의 노을?
- 말이 그렇다는 거죠. 
- 그래서? 일단 순찰관들은 잘 속였다치고. 
- 일이 일사천리로 풀려나갔죠. ‘박봉에 시달리는 순찰관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차원’에서 저녁값까지 두둑이 찔러준 거에요. 
- 그래서?
- 약발이 있었죠. 순찰관들의 주선으로 그 나라 의원을 소개받고, 다시 의원의 소개로 마침내 왕을 만날 수가 있었죠. 
- 그렇게나 쉽게? 
- 여기에도 약발이 먹힌 거에요. 
- 약? 
- 예나 이제나 황금이라는 약은 모든 소원을 이뤄준답니다. 
- 이제나라니? 지금도 그런 게 통한다는 말인가? 
- 아이구 이야기 끊겨요. 그냥 들어주세요. 
- 알았다 알았어. 수단이 마음에는 안 든다마는, 시작한 얘기이니 더 들어보기나 하세. 그래서 왕에게 다시 ‘선량한 사람이 눈에만 보이는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주었다는 건가? 
- 맞습니다. 
- 그러면 처음 얘기의 반복밖에 더 되나? 속편이라면 무언가 다른 이야기가 있어야지. 
- 물론 다른 이야기가 더 있죠. 이 나라에서는 왕이 ‘선량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옷을 입고 자랑을 하고 나타나자 대신들도 하나 둘 재단사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너도 나도 재단사들에게 비단옷을 맞춰입었죠.  
- 볼만 했겠군.
- 그렇겠죠? 그 볼만한 이야기를 담 주에 이어야겠습니다. (계속)  

황이리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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