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지구촌이 왜 이래?

 
 

#30. 지구촌이 왜 이래?        

“A deadly virus is spreading from state to state and has infected 26 million Americans so far. It's the flu” (1월30일, 미국 CNN)

- 이 뉴스를 보고 오싹해지네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져 2천6백만 명이나 감염되었다는 얘기잖아요? 중국에선 코로나19, 미국에선 독감, 일본에서는 방사능…. 대체 지구촌이 왜 이래요? 
- 이거 가짜뉴스 아니야? 
- 이런!! CNN 홈페이지에 어엿이 올라있는 기사라구요. 미국에서 독감으로 1만 명 이상 죽었다는 얘기가 있어서 직접 검색해보았죠. 1만4천명? 2019-2020 겨울 시즌에만 독감으로 죽은 숫자랍니다. 
- 우한 폐렴보다 더하군. 2월 마지막 월요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7만9천, 사망자가 2천6백명인데. 중국 7만7천, 대한민국 833, 이태리 일본이 세 자릿수가 됐고, 싱가폴 홍콩 이란 태국 독일 UAE 영국 프랑스… 어이쿠 안 퍼진 나라가 없군.  
- 그런 건 어떻게 금방 알아요? 정말 손바닥 들여다보듯.   
- 나도 인터넷 좀 뒤질 줄 알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전 세계 집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구만 그래. 

- 근데 미국 한 나라에서 독감 하나로 2천만 넘게 감염되고 1만 명 이상 죽었다는 얘기잖아요. 지난 겨울동안에만. 
- 그 뿐인가. 지금 자네 있는 곳에서는 관심 가질 겨를도 없겠지만 남미에서는 지난해 뎅기열 바이러스 환자가 3백만 넘게 발생했다네. 1천5백명쯤 죽었지. 
- 이제 이런 얘기 힘들군요. 대체 무슨 일이래요? 천재지변 같아요.  
- 좀 다른 각도에서 얘길 좀 해보겠네. 미국인구가 얼마인지 아나? 
- 3억 정도? 
- 그래. 2019년 기준으로 3억3천만 정도가 되는군. 세계 3위야. 
- 하하. 좀 근접했죠? 
- 독감, 인플루엔자 얘길 해보자구. 몇 명이 걸렸다고? 2천4백만? 좀 많긴 하지만, 미국 사람 열 명 중에 한 사람이 안되는 비율이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겨울 지나면서 감기 한번쯤은 걸리고 지나가지 않나? 
- 오는둥 마는둥 지나가기도 하고요. 
- 그렇게 걸리는 거야. 바이러스에 노출이 된다 해서 모두 병이 생기는 것도 아니야. 이걸 분명히 하게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과 그로 인해서 병이 생기는 건 좀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지. 그러니까 감염자 내지 확진자라는 것은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하는 것일 거야. 그 증상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 아주 지독한 독감에 걸리는 경우.
- 기침 콧물 인후통 발열 두통…. 
- 또 있나? 
- 심하면 기관지염 폐렴. 이건 심하면 죽을 수도 있죠. 
- 그래서 치사율을 따지지 않는가. 
- 맞아요. 저 미국 독감의 경우는 2천6백만이 걸려서 1만4천이 죽었다는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면 치사율이 5.38%쯤 되는군. 허어. 독하긴 독한걸. 
- 최근 10년래 가장 독한 인플루엔자랍니다. 
- 한국 같으면 비상 방역을 시작했을 텐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얼마라더라? 2쩜 몇 퍼센트? 
- 이제 등장한 신종 바이러스인데 치사율을 바로 알 수 있나요? 
- 허허, 그렇군. 그래. 이 유행이 지나가 봐야 알 수 있겠네.
- 사실 그리 높은 건 아니랍니다. 과거의 메르스나 사스에 비해서. 그런데 전염성이 강한가 봐요. 중국 발원지에서 초기에 나타난 통계로 보면 4.19%다 하는 통계도 있었고요.  
- 이번 겨울 미국 독감하고 비교해도 일단 좀 낮은 모양이군. 
-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두려워만 할 일은 아니네요. 평소 건강한 사람들은 쉽게 잘 넘어가기도 했어요.  그런데!그렇다면 지금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은 너무 과민한 것일까요? 
- 허허. 아니야. 그렇진 않네. 본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그것의 위험성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질 않나. 사망자까지 나오고 하면 말이야. 온 국민이 콜록거리고 다닌다 해도 그것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발생하지만 않는 한, 흔한 감기를 대하듯이 태연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러나 사망자가 발생하면 이것이 대단히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게 되지. 그러면 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국가의 의무가 아니겠나. 이런 과정에서 새 바이러스의 정체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이 될 테고 말이지. 
- 그렇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그냥 흔한 독감이다 생각해서 인플루엔자를 방치한 미국의 경우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놀라 적극 대처한 중국보다 오히려 인명피해는 컸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이긴 하지만요. 중국 인구는 미국 인구 3억보다 몇 배나 더 많잖아요. 이런 결과는 적극대응과 소극대응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그래. 적극대응은 잘 한 거야. 별 것 아닌데 ‘너무 긴장했다 하는 식으로 말할 것은 아니지. 안 그랬다면 피해가 얼마나 더 컸을지 모르지. 결과가 보여주질 않는가. 산에 불이 났을 때 초기에 막 달려들어서 꺼버리면 그게 얼마나 큰 피해를 막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네. 그런데 초기 진압을 못해서 큰 불이 되고 나면 초기에 막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되겠지. 
- 그건 그렇고, 이렇게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다, 학자들은 이런 경고를 하던데요. 설마 무슨 심상찮은 징조는 아니겠죠? 질병과 전쟁, 지진, 이런 재앙들이 무슨 징조라는 말은 묵시록에도 나오고 있잖아요? 
- 허허. 그렇게 느껴지나? 
- 아, 좀 무서워서요.    
- 낸들 알겠나. 안다고 한들 말할 수 있겠나. 지구는 옛날에도 자주 불안했었네. 언제는 편안하기만 했던가. 한동안 태평성대가 있었던 거지.   
- 사람들도 뭔가 제 정신이 아니게 바뀌어가는 것 같고요. 요즘.
-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직접 죽이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해보게. 단지 지구가 격동하는구나 생각하면 될 거야. 지구가 지금 변절기(變節期)를 겪는 거지. <장자>에서 공자가 한 말을 들어보지 못했나? 시세적연(時勢適然)! 사람이 어째서라기 보다는 시세가 그러려니. 


*時勢適然(시세적연): 시세가 그러하다.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는데, 모든 사람이 지혜로와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걸왕과 주왕 때에는 천하에 뜻대로 풀리는 사람이 없었는데, 모든 사람에게 어리석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도 아니다. 시세가 마침 그러했던 것이다(時勢適然). (<장자> 秋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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