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잔고 9개월 만에 최대…예탁금도 2년래 최대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안한 장세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융자액은 최고치를 찍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0일 기준 총 10조5천14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월 13일(10조5천625억원) 이후 9개월여만에 최대치다.

잔고는 지난달 28일 10조197억원으로 작년 7월 25일(10조90억원) 이후 처음 10조원대에 재진입했다. 이후 이달 초 9조원 후반대로 줄었다가 지난 11일부터 줄곧 10조원대에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 9조2천133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잔고가 1조3천8억원(14.1%) 늘어났다.

시장별 잔고는 코스닥이 5조8천673억원으로 작년 말(5조1천609억원)보다 7천64억원(13.7%) 늘었고, 코스피는 4조524억원에서 4조6천468억원으로 5천962억원(14.7%)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일단 빚을 내 주식을 사고서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국내 증시는 설 연휴 직후 급락을 시작으로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내리기보다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꽤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충격에 코스피가 3% 급락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19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조2천9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조8천783억원, 1천379억원을 순매도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와 함께 개인 투자자 주식 투자 열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꼽히는 투자자 예탁금도 증가세다.

이달 3일 투자자 예탁금은 31조2천414억원으로 2018년 1월 31일(31조2천527억원)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월말 추이를 보면 작년 11월 24조6천711억원, 12월 말 27조3천384억원, 올해 1월 말 28조7천19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28억∼31억원대를 유지했으며 지난 20일 기준으로는 28조6천180억원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았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자금이다.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예탁금의 증가는 증시로 시중 자금이 몰려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해 들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던 국내 증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염병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많은 투자자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가 기업 이익 전망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일시적 영향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이익 전망 호조의 추세적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달러화 강세 요인이 진정되기까지는 신흥국 주가 고점 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관점의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 신고가 랠리는 IT 기업들이 이끌어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다"며 "코로나19 확산에도 미국 증시에서 IT가 주도력을 유지하면 국내 투자심리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과거 감염병에 따른 주식시장 영향은 단기 이슈에 그쳤다"며 "IT 펀더멘털 개선과 각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큰 점을 고려하면 주식 매도보다는 매수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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