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찌아유 우한 (加油 武漢)

 
 

#28, 찌아유 우한 (加油 武漢) 

- 민심이 흉흉합니다. 
- 왜 또? 설 잘 쉬고 나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 이런. 모르세요? 코로나 바이러스인지 뭔지가 퍼져서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판에. 
- 아하. 그렇지. 총성 없는 전쟁이야. 전쟁도 단시간에 수백명이 죽고 만 명 넘게 쓰러지는 전쟁은 큰 전쟁이지. 
- 국가의 존립은 민생(먹고 사는 일)과 안보(안전한 생활)가 전부인데, 국방안보나 경제안보 못지않게 위생안보(衛生安保)가 중요함을 새삼 느끼겠어요. 
- 위생안보라. 
- 각종 전염병…, 
- 어디 사람을 해치는 게 전염병과 바이러스뿐이냐. 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공기는 마음대로 국경을 넘어가고 하수구에 버려진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대양을 떠돌아다니지. 있지 않나. 바이러스는 당장 전파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도 있고 사람이 오가는 길을 단속하면 곧 차단되지만, 유독성 화학먼지 중금속미세먼지 같은 것은 바람을 타고 어디로든 흘러간다. 게다가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파악하기도 입증하기도 어렵지. 그것으로 인해 병이 들거나 땅이 오염되어도 사람들은 왜 그런지를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다. 알아차린다 해도 그저 결과를 알 수 있을 뿐, 미리 막아내지는 못한다. 더 위험한 것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 그건 그래요. 담배연기가 남아있는 실내의 화초나 물갈이를 하지 않은 어항속의 붕어처럼 숨 쉬기도 자유롭지 않은 날이 많거든요. 이런 공기 속에서 병이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그런데 공해로 인한 질병은 서서히 생겨나기 때문에 체감이 늦죠.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고요.   
- 하늘에서 볼 때는 인간들이 화학먼지로 병들어가는 인과관계가 한눈에 보이는데. 인간 세상은 시간 감각이 다르니 그렇게 되겠구나. 원인과 결과가 5년 10년 차이로 나타나니까 인간들은 심각성을 잘 모르는 거야. 
- 학자들이 경고는 하죠. 그러나 그런 환경성 질환에 대해서는 과학의 경고가 늘 무시당해요. 5년 뒤 폐병이 늘어날 거다, 10년 뒤 피해가 나타날 거다 하는 말은 공허하죠. 인간의 눈에는 그런 시간이 한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당장, 몇 달 이내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려우니, 쉽게 면피를 하는 거죠. 인과관계가 어렵게 입증되더라도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는 때가 많고요. 
-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 않은가. 백혈병 암 같은 질환의 원인을 몇 년 전까지 추적해서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사례가 좀 늘어나지 않았나? 산재처리도 해주고. 
- 그런 일이 몇 건은 있었죠. 그러나 늘 인정받는 건 아니에요.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케이스가 훨씬 더 많죠. 게다가 중국으로부터 넘어오는 환경공해 같은 것은 아직도 무시되고 있어요. 
- 중국에 입도 벙듯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 않나? 
- 하하하. 정말 그 때는 서글펐네요. 분명히 이웃집에서 유해연기가 넘어오는 건데 그 쪽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식구들에게만 꽁치 구울 때 창문 열어라, 고기 구울 때 실내공기가 심각하게 나빠진다, 그런 걸 대책이라고 홍보하던 때가. ㅋㅋ… (이것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에요). 지금은 중국에 입 벙긋은 하는 정도가 됐죠. 그저 같이 노력해보자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요.
- 덩치 큰 나라가 옆에 있으니 애로가 많구만.   
- 중국뿐인가요. 동쪽으로는 방사능 공포, 서쪽으로는 바이러스 공포, 북쪽으로는 핵폭탄 공포. 이런 얘기가 돌고 있답니다. 다들 우리의 말을 우습게 보는 나라들이니 서글픈 일이에요.   
- 기구하군. 정신 바짝 차려 국력을 더 길러야겠구만. 
- 그렇죠.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내부적으로는 서로 치고 헐뜯고 씹고, 이런 싸움질도 한창이라…. 생각할수록 한심한 기분이 드네요.
- 내우외환이 따로 없군. 
- 그러나 저러나 그 인구 많은 나라에서 급성 바이러스 질병까지 퍼져 나오니, 시급하다면 이게 당장 큰 문제죠.  
- 그래. 이해하겠다. 국경을 차단할 수도 없을 테고 말이야. 
- 대체 저 바이러스. 저런 건 왜 있죠? 인간에게 징벌을 내리기 위하여? 
- 왜 생겼는지 모르겠나? 
- 나는 모르죠.   
- 바이러스도 본래 있는 것일세. 인간의 역사만큼,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원시 바이러스가 있었단 말이야. 
- 장자님 시대에도 바이러스 피해가 있었나요? 
- 바이러스란 이름은 없을 때지만 그와 같은 것은 있었지. 그 역할은 유익하고도 필요한 것이야. 인간에게나 자연에게나. 
- 이렇게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데도요? 
-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들도 때로는 해를 입지. 그런데 너무 인간이 관점에서만 보질 말게. 탄저병을 아나? 파리 모기에게도, 바이러스에게도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지. 
- 아하. 난 그 이유가 늘 궁금했어요. 
- 시간이 다 되었네. 천천히 알려주지. 
- 그런데 바이러스 발원지로 외부와 차단된 우한(武漢)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밤중에 창문을 열어놓고 일제히 ‘찌아유’ ‘찌아유’하고 외치는 영상이 돌더군요. 이건 무슨 뜻이죠?
- 서로를 격려하는 거지. 찌아유(加油)는 기름을 붓는다는 뜻이야.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어서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는 모습을 연상시키지. 
-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인데요? 진짜 기름을 붓자는 말은 아닐 테고요.
- 꺼져가던 불길이 다시 살아나듯,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 힘을 내자는 뜻.
- 아하, ‘힘내자’ ‘파이팅’과 같은 의미겠군요. 
- 바로 맞췄네. 힘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거였군요. 감동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외친다고 정말 힘이 날까요?
- 나고말고. 고립과 죽음의 위협 앞에서 일제히 힘내 찌아유를 외칠 때 감정이 어떻겠나? 
- 아, 울컥할 것 같습니다. 감동이죠. 
- 맞아. 감동이 일어나면 몸 안에서 엔돌핀이 솟는다네. 
- 그래서요. 
- 감동의 호르몬은 몸 안에서 면역력을 일으키고 실제로 기운을 강화시키지.그러니까 몸에 저항력이 높아지고 들어온 균을 죽이는 힘도 생겨. 
- 기적이 일어나는 거에요? 
-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적이라 부르네만, 본래 인체는 기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네. 그들은, 우한 시민들은 그렇게 힘을 합치며 노력하는 한, 반드시 살아날 걸세. 설사 약이 부족하다 해도 전멸하지는 않을 테니 다행이야. 
- 그렇겠죠? 나도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계속) 

* 方生方死 方死方生 (방생방사 방사방생) 
삶이 있으니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는 곳에 태어남이 있다. 
(<장자> 제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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