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맞춤형 온디맨드 보험부터 골라쓰는 DIY 보험까지

<사진=KDB생명>
<사진=KDB생명>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필요한 기간 동안만 가입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보험부터 본인에게 맞는 보장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보험까지 소비자 맞춤형 보험이 보험을 어려워하는 2030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디맨드는 모바일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에 맞춰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보험에선 사용자가 원할 때 껐다 켰다가 가능해 스위치보험 혹은 온오프(On-Off)보험이라고도 불린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6일 온디맨드 방식을 적용한 ‘시간제 배달업자 이륜자동차 보험’을 출시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임시 배달업종사자에 대한 보장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KB손보와 인슈어테크 업체인 스몰티켓의 3사간 협업으로 이번 상품을 개발했다. 기존 배달에 활용되는 오토바이보험은 유상운송보험으로 연간 책임보험료가 약 400만~500만원에 달한다. 종합보험(타인·본인 손해 보상)은 최소 1천만원이 넘는다.

반면 KB손보의 시간제 보험은 대인배상(무한), 대물배상(2천만원 한도) 기준 1천770원이다. 배달 및 택배 업무(유상운송)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기존에 본인이 가입한 가정용이륜차보험에 보험료 할증 등의 불이익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KB손보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보험료로 인해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택배 및 배달업종사자 분들에게 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상생을 도모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온디맨드보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후 주목받아

온디맨드 보험은 지난 4월 NH손해보험과 자산관리앱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온오프해외여행보험’을 선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오프해외여행보험은 한 번만 가입하면 가입 기간 동안 필요시마다 보험을 개시하고 종료할 수 있는 여행보험이다. 당장 여행계획이 없는 고객도 미리 가입 후 여행 갈 때마다 설명 의무와 공인인증 등 별도의 절차 없이 여행 기간 설정과 보험료 결제만으로 가입 가능하다.

NH농협손보의 온오프해외여행보험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약 3만600여건을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가입자 수(1만1천971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레이니스트도 뱅크샐러드 앱에서 삼성화재 여행자보험을 '스위치 보험' 형태로 판매 중이다. 첫 가입 이후 두 번째 이용부터 3초 만에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3초보험’으로도 불린다. 이런 간편성 때문에 젊은 층의 보험가입이 두드러졌다. 레이니스트에 따르면 스위치 온·오프 여행자보험 전체 가입자 중 2030세대 비율이 75%를 차지했다.

필요한 보장만 선택 가입 DIY 상품도 인기

기간뿐만 아니라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상품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KDB생명은 고객 스스로 보장내용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종합건강보험 ‘나만의 레시피 보장보험’을 선보였다. 기본보장 ‘재해 사망보장’에 5대질병 진단, 입원, 수술 등의 세분화한 보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총 20개의 선택 특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장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동양생명은 ‘수호천사 내가 만드는 보장 보험’을 판매 중이다. 재해장해를 주계약으로 하는 이 상품은 11개의 특약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원하는 보험료 수준에 맞춰 스스로에게 필요한 보장을 고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약 중에는 암에 대한 것도 존재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암보험의 기능으로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암 선택이 가능한 특약도 있어 본인이 원하는 암에 대한 맞춤 대비도 할 수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1:1 맞춤형 상품 설계를 통해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보장을 받을 수 있게 개발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2030 신규 고객층 입맛에 맞춰라”…맞춤형 보험 출시 경쟁 치열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가구당 가입률 및 가입건수<자료=보험연구원>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가구당 가입률 및 가입건수<자료=보험연구원>

보험사들이 소비자 맞춤형 보험 출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새로운 타깃층인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보험연구원의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산업 전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로 집계됐다. 가구당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가입률은 각각 85.9%, 91%에 달했다.

보험업계는 앞으로도 핀테크 기업들은 물론 IT업계와도 협업을 통해 2030세대의 니즈에 맞춘 새로운 보험 상품들을 출시할 전망이다.

한화손해보험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디지털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설립했다. 캐롯손보는 일상생활과 온디맨드 컨셉을 응용해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후불로 내는 자동차보험과 레저보험, 상해보험 등을 준비해 내년부터 판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카카오와 합작해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생활밀착형 보험을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자동차보험과 반려동물보험 등 간편보험 판매에 돌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공유경제와 각종 모바일플랫폼 등의 시장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이런 온디맨드 방식의 간편 보험상품은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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