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 산업부 기자
박준형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요즘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최근 결혼을 앞둔 30대 친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되면 나도 집을 싸게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우리는 분양가 상한제의 덕을 보지 못할 것이다”였다.

최근 청약시장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서울 첫 분양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203.75대 1을 기록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를 밝힌 8월부터 서울 청약시장이 요동치면서 1~7월 17.03대 1이던 서울 청약 평균 경쟁률은 8~9월 70.93대 1로 급등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및 수도권지역의 공급축소를 불러 올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

청약 광풍은 심지어 인천 및 수도권 지역까지 확대됐다.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더샾 센트럴파크 3차’는 올해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10월 들어 분양한 인천·경기권 단지들도 대부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가뿐히 넘겼다.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당첨가점도 상승했다. 서울에서 청약에 당첨되려면 적어도 가점이 60점은 넘어야 가능해졌고, 강남권은 70점이 넘어야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청약가점은 84점 만점으로, 청약통장을 15년간 보유(17점)한 만 40세(무주택 10년,20점) 남성이 청약가점 60점을 넘으려면 부양가족이 4명(25점)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3040세대가 서울에서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사실상 요원한 셈이다. 특별공급 등의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문제다. 서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제한되기 때문에 적어도 3억~4억원의 현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특별공급에 신청하려면 맞벌이 부부의 월소득이 702만원(지난해, 3인 가구 기준)이 넘지 않아야만 가능한데(외벌이 기준 648만원) 이들이 4억원의 현금을 부모나 지인의 도움 없이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연 특별공급 당첨자들이 무주택 서민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부가 앞만보고 주변은 보지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매매가를 낮출 것이라고 봤지만 분양가 상한제 발표 후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한 매매가는 이미 17주 연속 상승세다. 심지어 전세가격도 1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혜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이들이 ‘청약신청을 해보기는 했을까’라는 의문까지 든다.

사실상 청약당첨의 기회가 없는 3040세대가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규제보다는 대출규제 완화나 특별공급 대상 확대 등 이들에 대한 정부의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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