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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

기사승인 2019.09.19  08: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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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화를 다스리는 방법

#4, 화를 다스리는 방법

   
 

 

한번은 마음에 화가 가라앉지 않아 평소 스승으로 모시는 선사를 찾아갔다.

그날도 선사는 일찍 일어나 뜰의 화초에 물을 주고 계셨다.

 

- 가슴 속에 열불이 났군 그래.

선사는 내 얼굴을 보자 대뜸 가슴 속에 남아있는 화를 알아보셨다.

- 한잠도 못 잤습니다. 가슴 속에 불이 가라앉지 않아 견디기 어렵습니다.

선사는 말없이 앞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지대방에 들어가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조용히 나눌 말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렇게 했다. 여기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기와 마실 물을 담아둔 물동이, 그리고 바로 물을 떠서 끓일 수 있는 주전자가 갖춰져 있다.

선사는 곁에 있는 여러 크기의 질그릇 가운데 하나를 집어들었다.

- 나는 처사의 마음 크기가 이만큼은 된다고 생각하오.

그리 작은 그릇은 아니었으므로 내심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 그리 보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내심 캥기는 참이었는데, 대놓고 ‘옹졸한 놈’이라고 꾸짖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선사는 곁에 둔 물동이로부터 물을 조금 떠서 그 그릇에 부었다.

- 그리고 처사의 마음에 담긴 이성의 분량이 이만큼은 된다고 생각하오.

물은 아직 그릇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었다.

내 이성적 역량은 타고난 그릇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암시였다.

- 부끄럽습니다.

 

선사는 이번에는 여러 크기의 알코올램프를 꺼내 모두 불을 붙이고 나서 물었다.

- 오늘 그대 마음에 일어난 불의 크기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램프들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제법 크게 화가 나있었으므로 나는 그중 두 번째로 큰 램프를 가리켰다.

- 저에게는 이만큼 큰 불이었을 겁니다.

선사는 내가 선택한 램프 위에 삼발이를 걸치고 방금 물 담은 그릇을 얹었다.

선사는 말없이 물그릇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가장자리부터 부글거리기 시작한 물은 금세 중심부까지 물거품을 일으키며 끓기 시작했다. 허연 수증기가 점점 더 짙게 피어올랐고, 그로 인하여 질그릇의 물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 물은 곧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었다. 물이 다 증발되고 나면 질그릇은 열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갈 것이다. 물이 졸아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 스승님. 이제 저의 마음 속 화는 진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사는 그제야 램프를 잡아당겨 뚜껑을 덮었고 피어오르던 불이 꺼졌다.

- 선사는..

하고 스승은 입을 열었다.

인간의 가슴속에 종종 화가 일어나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혀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은 성정이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요.

네에.

분노라는 인간적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니 조금 안도가 되었다. 스승은 계속하여 말했다.

그러나 한번 일어난 불을 곧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열기를 견딜 수 없게 됩니다. 그 열기로 인하여 마음그릇은 이내 바닥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릇이 작은 사람, 정신의 자원이 일천한 사람일수록 좀 더 쉽게 바닥을 드러냅니다.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글과 가르침으로 부지런히 그릇을 채우십시오. 그것은 그릇에 담은 물과 같은 것입니다. 그릇이 크더라도 평소에 마음그릇이 비지 않도록 채워놓지 않으면 작은 그릇과 다를 게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제 아무리 큰 그릇에 많은 양의 이성과 지성을 담은 사람이라 해도 방심해선 안 됩니다. 마음에 불이 붙었을 때 그것을 속히 다스리지 못하면 그 뜨거운 기운데 그릇의 물은 급히 소진되고, 그릇은 열을 견디지 못해 균열이 생기고 깨져서 흙으로 돌아가고 말 겁니다.

그렇다. 우리가 마음에 일어나는 분노와 울분 갑갑함 노여움 등의 감정을 ‘화’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바로 불(火)을 뜻하는 말이다. 나무에 붙은 불이 집과 생명을 집어삼킬 수 있듯이, 사람의 마음에 붙은 불도 제때 진화하지 못하고 놓아두면 그 기세가 점점 커져서 마침내 재산을 삼키고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집어삼킬 수 있다.

선사의 말씀처럼 마음에 불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인간다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 불을 견딜 수 있는 마음 그릇의 넉넉함과, 불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너무 커지기 전에 다스려 진화하는 기술 정도는 갖춰야 하겠다.

마음그릇에 담는 물이란 무엇인가. 선사는 ‘좋은 글과 가르침’이라고 말하였다. 책이든 영화든 예술이든 감동과 기억을 남기는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담기는 것이 없어 메마르게 되는 것을 각박(刻薄)이라고 한다. 그릇에 담긴 물은 불이 있을 때만 마르는 게 아니다. 그릇에 담은 물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증발하여 줄어들고 결국은 바닥이 드러난다. 어려서 독서를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이 늙어죽을 때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덕이 차고 넘치는 성인들도 늙어죽을 때까지 자기수양과 새로운 공부를 계속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 惡欲喜怒哀樂六者 累德也 (오욕희로애락육자 누덕야)

“미움과 욕망과 기쁨과 노여움 슬픔 즐거움, 이 여섯 가지 감정은 덕을 해치는 것이다.” (장자 경상초 편)

<장자>에서는 분노뿐 아니라 슬픔과 즐거움 욕망 등의 감정이 모두 덕을 해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감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심지어 즐거움이나 기쁨이라 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도록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황이리 kj.lee@finomy.com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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