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본 99%…그룹 지배구조 투명화 지연되나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대표이사직을 지키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맥주와 승용차 등 품목의 수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맥주 수입액은 434만2천달러로 전달(790만4천달러)에 비해 45.1% 감소했다.

보통 여름이 가까울수록 맥주 소비가 늘고 수입도 증가해 지난 6월 일본맥주 수입액은 790만4천달러였으나 지난달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지켜온 아사히맥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사히맥주는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인 롯데아사히주류가 수입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판매량은 4871만ℓ로 4875만ℓ가 팔린 칭따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편의점 판매순위는 더 떨어졌다. GS25의 지난달 1~25일 맥주 판매순위에서 아사히 캔맥주는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위에서 네 단계나 내려간 순위다. 이로 인해 아사히의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역시 17.8%에서 15.0%로 2.8%포인트 줄었다.

또 유니클로의 매출은 지난달 4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서울 종로구에서 10년째 영업을 해오던 유니클로 종로3가점은 오는 10월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연장을 안하기로 결정했다.

유니클로의 한국운영사는 에프알엘코리아다. 이 회사는 유니클로 일본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지분을 각각 51%, 49% 갖고 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불매운동 피해를 보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지주가 지분 79.66%를 보유한 곳이지만 세븐일레븐 글로벌 본사의 지분 70%가 일본 기업인 이토요카도 소유라는 점에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이에 코리아세븐은 이번달 초 전국 9천700여개 점포에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라는 제목의 긴급 안내문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계 지분이 99%인 호텔롯데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이 회사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롯데의 일본 계열사인 일본 L4투자회사(15.63%), L9투자회사(10.41%), L7투자회사(9.40%) 등으로 호텔롯데 자사주(0.17%), 부산롯데호텔(0.55%)을 제외하면 99.28%가 전부 다 일본 자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일본 광윤사(일본명 고준샤) 대표이사 자리를 지킨 것도 변수다.

재계에 따르면 일본 대법원은 지난달 2일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청구’ 소송을 지난달 2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10월 14일 열린 광윤사 주총에서 해임됐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같은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당시 총괄회장(현 명예회장)의 지분 1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넘기는 거래도 승인됐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과반 최대주주(50%+1주)이자 대표로 등극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당시 주총이 의사 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았으며 결의 방법이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번 판결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확보함과 동시에 대표이사 자리도 지키게 됐다.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대주주로 2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지배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경영 투명화 작업의 마지막 단추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드러나자 당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후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했으며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지난 5월 롯데카드 매각 발표 당시에도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남은 중요한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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