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미지센서 1위 소니 넘어설 것”
2030년 비메모리 1위 목표··· 133조 투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대한민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단가 하락에 거대 기업들의 실적악화 위기론이 대두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비(非)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며 위기 탈출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손 꼽히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4일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천문학적 R&D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획기적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산시설 투자는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극자외선)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 인력 1만5천명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우선’

SK하이닉스도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CIS(CMOS 이미지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로 고전하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매그나칩반도체사의 청주공장을 인수해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당분간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좀 더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메모리 반도체가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며 “더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자사에 있어 중요한 사업으로 우선적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캐시카우 ‘파운드리 사업’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문은 파운드리 사업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로부터 칩 사양서와 설계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영역으로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되며 전체 시장 규모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02년 108억달러(한화 약12조원), 2010년 283억달러(약32조원), 2018년 629억달러(약72조원)로 성장했으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023년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812억달러(약9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매출액도 2010년 4천617억원에서 작년 5조3천억원으로 성장했다.

다만 작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금액기준) 1위(54%)를 기록한 대만 TSMC와 비교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8%에 불과 아직 세계 시장과 갭이 큰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공정의 고도화로 팹리스 업체들의 비용이 크게 증가, 자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테크, AMD, 애플 등 수준급 시장점유율을 유지 중인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퀄컴의 AP(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 ‘스냅드래곤 865’의 생산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AMD와 기술제휴를 통해 고객사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IBM과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미지센서 반도체, 1등 눈 앞

지난 5월 9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이미지센서 아이소셀 기술설명회’에서 박용인 S.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이 이미지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지난 5월 9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이미지센서 아이소셀 기술설명회’에서 박용인 S.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이 이미지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부문에서 세계 1위에 근접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영상 정보)을 전기적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다.

현재 이미지센서 시장에서의 최강자는 일본의 소니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은(매출기준) 49.9%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9.6%로 2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차이는 큰 편이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업계 최초 6천400만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을 공개하고 올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혀 본격적인 소니 추격에 나섰다.

특히 소니의 이미지센서 최대 고객사는 화웨이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들도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2억5천만대에서 1억8천만~1억9천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지센서 전체 수요의 70%가 모바일 분야에서 발생하는 만큼 화웨이의 판매량 감소는 소니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전망도 긍정적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한 대의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카메라가 탑재되는 트랜드로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출하량이 2018년 36억개에서 2023년에는 54억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CIS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스마트폰 한 대 당 탑재되는 카메라가 많아져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는 별개로 성장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 반도체 ‘눈독’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래먹거리로 오래전부터 가장 공 들인 사업은 전장사업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독일의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은 소비자들에게 오디오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수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을 확장을 위해 올해 1월 처음으로 자동차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을 출시했다.

전장사업 반도체의 핵심은 ADAS(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로 삼성전자도 준비 중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에는 힘든 분야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분야 1위의 NXP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는 현재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 약20%를 확보한 1위 기업으로 연 매출 약 10조2천억원, 영업이익 3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22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553억달러(62조4천억원) 규모로 연평균 7.7% 성장을 전망했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분야의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8.6%에 달할 전망이다.

릭 클레머 NXP 회장은 지난 2016년 매각을 추진했다.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미국의 모바일 반도체 업체인 퀄컴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작년 중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된 ‘CES 2019’에서는 릭 클레머 NXP 회장과 삼성전자 임원진들과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접촉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진 않았다.

양사의 인수관련 이슈가 불거지자 삼성전자는 3월 NXP 인수설에 대해 부인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초부터 약 한 달간 FX거래(환전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달러를 비축해 반도체 기업 인수 자금을 준비하는 것 아니랴라는 업계 추측이 나오고 있어 다시 NXP인수설의 불이 붙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NXP사는 퀄컴과의 매각 절차가 아쉬웠던 만큼 아직 충분히 매각의사는 남아있을 것”이라며 “특히 전장사업을 준비하는 삼성전자가 인수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삼성전자가 인수에 나선다면 양사가 반도체 업계의 거대 기업인만큼 파트너서 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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