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형 산업부 기자.
▲ 박준형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최근 북위례에서 분양한 ‘위례신도시 우미린 1차’ 견본주택을 찾았다. 북위례 분양은 언제나 옳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다보니 청약에만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견본주택을 둘러보다 청약에 당첨됐다는 가정을 해봤다. 발코니 확장을 포함한 분양가는 7억원에서 9억원을 조금 넘는 가격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무분별한 주택 구매를 막고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며 부동산 규제 정책을 강화해 왔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종부세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은 더 어려워졌고 청약시장에 1순위 미달이나 계약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줍줍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속출하는 미계약분 분양에 다주택자나 청약가점이 낮은 자산가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규제가 가장 심한 서울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 당초 419가구가 분양됐는데 분양물량의 41.5%인 174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대출규제로 계약금과 중도금 감당이 힘들어지자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막기 위한 부동산 규제가 사실상 실수요자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구매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며 “실제 부자들에겐 큰 타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현행 80%에서 50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견본주택에 방문하면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린다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무주택자들에게 없던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의 청약 당첨 확률은 높아졌지만 당첨과 함께 고액의 분양가를 감당해야하는 문제도 생겼다.

정부의 종부세 인상도 다주택자들의 매물 확대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수도권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2만5천366으로 전녀대비 31.5% 감소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3.9%나 급감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도나 임대사업자 등록보다는 증여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수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정책 등은 취업난이나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재무악화, 지역경재 악화 등 새로운 고민거리들은 만들어 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주택마련 기회를 높이기 위해선 대출여건 완화와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가 이제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실수요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부동산 시장을 살릴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