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이어 기술에서도 패권경쟁 우려

<표=네이버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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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주 초 휴전 기미를 보이던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이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 재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강 사이 샌드위치 신세인 국내 증시 또한 악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갈등이 무역 분야를 넘어 기술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에 따른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며, 이슈별 맞춤 대응이 필요할 것이란 조언도 함께 나오고 있다.

10일 국내 증시는 지난주 막판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1.97포인트(1.06%) 내려간 2053.79, 코스닥 역시 14.94포인트(2.18%) 하락한 670.39에 장을 마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침체론에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쏟아졌고,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우려 속 지난 7일 미국 및 중화권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인 것이 이날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90여일간 이어지다 지난달 말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중 무역분쟁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소식 후 급랭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화웨이그룹 후계자로 알려진 멍완저우 CFO는 지난 1일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경찰에 체포, 조만간 미국 정부로 신병이 인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커들에 대해 사법 처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 역시 관계 악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미중 분쟁이 무역을 넘어 기술로 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중국에 환율 및 무역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도 지속적으로 표현해 왔다”며 미중 기술분쟁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선물 관계자 또한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 정부 태도는 부수적인 이슈 해소에만 머물러 왔다”며 “무역에서 시작된 분쟁이 기술 패권전쟁으로 옮겨가며 협상이 교착상태에 들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협상 우위에 서기 위한 신경전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장 미국 백악관에서 ‘화웨이 CFO 체포가 양국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 관계자는 “화웨이 CFO 체포 소식을 인지하고도 중국이 미국 기업 인수에 전향적 검토를 약속했다”며 “화웨이 이슈가 무역협상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계보다 사안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의 미온적 태도와 화웨이 CFO 구속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위축됐으나, 매 사건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적재산권, 서비스수지 및 비관세 장벽 등이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들 사안들에 대한 협상 결과에 주목해 봐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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