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배당 논란·지지부진한 직원 채용…한국시장 존속 불투명

한국씨티은행 본사(왼쪽)와 SC제일은행 본사 전경.
한국씨티은행 본사(왼쪽)와 SC제일은행 본사 전경.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수익성 제고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은행은 실적 개선을 위해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과 시장을 선도할 디지털뱅킹 플랫폼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연속 고배당 책정, 지지부진한 신규 직원 채용 움직임 등으로 한국시장 철수설만 또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농협 등 6대 국내 주요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9조7천2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3분기 순이익에 비해 23.1% 가량 늘어난 수치며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반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천59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천99억원)보다 12.4% 감소했다.

씨티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천582억원으로 지난해 1천722억원 보다 8.2% 줄어들었으며 SC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천9억원으로 지난해 2천377억원 대비 15.5% 낮아졌다.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는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된 IFRS9(국제회계기준)으로 인해 파생상품 관련 대손충당금 전입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후 돈을 받지 못해 자본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금으로, 부실위험이 커진 대출금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실적 악화를 만회할 타개책으로 자본건전성 대비 낮은 수준의 ROE를 높이고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먼저 비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대규모 점표폐쇄를 단행하고 전방위적 디지털뱅킹 전환에 나섰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등과 비교해 앱(APP) 기술력 등에서 아직까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자본효율화’를 강조하며 ROE 개선을 위한 8천275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나 배당 전액이 미국 씨티그룹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로 인해 ‘국부유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직원 채용에 있어도 시중은행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난해보다 100~200명가량 신규 채용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올해 채용으로 지난해 267명보다 줄어든 161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몇 년 간 신입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던 씨티은행은 올해도 신입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파생상품을 비교적 많이 취급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파생상품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는 IFRS9 도입으로 지속적인 실적 부진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시장 내 존속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다소 부족한 핀테크(IT+금융) 기술력과 고액배당 논란, 지지부진한 인력 충원 행보 등으로 일각에선 다시금 ‘철수설’이 피어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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