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의원, 29일 종합감사에 증인 신청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전대리에 있는 에버랜드.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전대리에 있는 에버랜드.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가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앞두고 크게 오른 데에 직접 관여한 부동산감정평가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됐다.

옛 삼성에버랜드는 부동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가 높게 평가받은 상태에서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삼성물산과 합병했으며 이 덕분에 옛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핵심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웠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29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옛 에버랜드의 부동산을 감정한 감정평가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라며 “당초 이 감정평가사를 18일 열리는 한국감정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신청해 누구의 지시를 받고 표준지를 임의로 변경·추가했는지 캐물으려 했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호영 의원은 앞선 9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를 공개했다.

표준지는 국토교통부에서 전국 3천268만 필지를 대표해 뽑은 50만개의 필지를 말한다. 국토부가 이 표준지의 가격을 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그 값을 토대로 개별공시지가를 정한다.

공시지가 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필지인 셈이다.

옛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놀이동산 일대 토지의 표준지는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가실리 148번지 1개였다. 에버랜드 놀이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땅이다.

그러나 표준지 감정평가사에 자문역할을 하는 특별부동산분과위원장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열린 실무협의회에서 표준지를 재검토해 공시지가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A위원장은 현재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낮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 시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삼성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옛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하고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을 각각 합병시키겠다고 선언하는 등 지배구조를 숨 가쁘게 재편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한달여가 지난 2014년 6월에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꿔달은 옛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도 아니고 A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세금 문제를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핑계”라고 말했다.

국토부 감사 결과 에버랜드 일대 표준지 감정을 담당한 감정평가사 B씨는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와의 협의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표준지를 교체하고 숫자도 늘렸다.

당초 용인시와 협의된 표준지는 놀이동산이 있는 가실리 104번지와 지원시설이 있는 유운리 551-5번지였으나 B씨는 이중 가실리 104번지를 호스텔이 있는 가실리 167-3번지로 바꿨다.

가실리 104번지는 ㎡당 공시지가가 25만원이지만 167-3번지는 40만원으로 크게 높았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 중 일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보유한 토지의 표준지를 감정한 감정평가사 B씨가 규정을 어겨가며 표준지를 임의로 교체·추가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인시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기재돼 있다. <자료=안호영 의원실 제공>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 중 일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보유한 토지의 표준지를 감정한 감정평가사 B씨가 규정을 어겨가며 표준지를 임의로 교체·추가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인시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기재돼 있다. <자료=안호영 의원실 제공>

B씨는 이처럼 표준지를 임의로 교체·확정하고도 이 사실을 용인시에 알리지 않았다.

B씨는 국토부 감사 과정에서 “표준지를 교체할 이유도 없었고, 당시 기억이 전혀 없어 소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표준지를 2개에서 7개로 세분화했다.

추가된 5개 표준지 중에서는 놀이동산과 별 연관성 없이 산 중턱에 있는 포곡읍 마성리 산19번지도 있었다. 이 역시 별다른 이유 없이 B씨가 결정한 일이라고 국토부는 평가했다.

국토부는 “감정원 확인결과 표준지 확정 후 변경사례는 대부분 지적(地籍)사항 변경, 이용상황 변경, 필지누락 등 경미한 사항이었다”며 “표준지 세분화는 2015년에 1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표준지 세분화를 통해 2015년 에버랜드 7개 표준지 중 6개 표준지의 공시지가는 2014년과 대비해 최대 370%(2014년 8만5천원/㎡→2015년 40만원/㎡)로 대폭 뛰었다.

반면 7개의 표준지 중 가장 넓은 마성리 산19번지는 오히려 가격이 낮아졌다.

이 덕분에 2015년 표준지 공시지가 총액은 2014년(6천52억원) 대비 31% 증가한 7천933억원이 됐다. 올해 기준 표준지 공시지가 총액은 1조원이다.

국토부는 감사보고서에서 “실거래가를 반영한다는 계획과 달리 6개 표준지는 대폭 상향하고 1개 표준지는 낮게 평가해 평가의 일관성을 결여했다”며 “A씨는 가격상향을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관련자들이 외부의 청탁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를 큰 폭으로 상향시켰을 의혹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제일모직은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올라간 상태에서 삼성물산과 합병한 셈이다.

이는 제일모직 지분 2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을 더 많이 갖게 하는 요인이 됐다.

국토부은 또 개별공시지가를 책정하는 감정평가사의 석연치 않은 비교표준지 교체도 문제로 지적했다. 개별공시지가는 지자체 공무원이 책정하고 감정평가사가 검증하는 방식으로 나온다.

국토부는 감사보고서에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는 2016년에도 추가로 상향됐는데 용인시는 그해 27개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를 결정하면서 가격을 10분의 1 수준으로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용인시 공지지가 담당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에버랜드 영업시설(㎡당 25만원)과 지원시설(㎡당 16만원)을 표준지를 사용한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저가의 임야 표준지(㎡당 2만3천500원)를 비교표준지로 선정해 가격을 하락시켰다는 얘기다.

2016년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끝난 시기다.

국토부는 “2016년도 개별공시지가 산정시 검증단계에서 교체된 감정평가사가 2015년도에 대폭 상향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적용해 (비교표준지를) 수정했다”며 “2015년도 개별공시지가 상향이나 2016년도 공시지가 하향시 외부의 청탁이나 지시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일련의 과정이 감정평가사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특별부동산분과위원을 비롯해 국토부, 한국감정원, 용인시 관계자가 함께 2015년 공시지가가 결정되기 전에 에버랜드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행보와 함께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삼성의 편법승계 문제의 시발점이 된 에버랜드 토지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국정감사에서 관련자를 증인으로 불러 추가적인 의혹을 캐묻고 외압과 청탁 등의 여부를 밝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 중 일부. 옛 에버랜드 보유 토지의 표준지 감정에 관여된 특별부동산분과위원장 A씨가 외부의 청탁이나 지시로 공시지가를 상향시켰을 의혹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자료=안호영 의원실 제공>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 중 일부. 옛 에버랜드 보유 토지의 표준지 감정에 관여된 특별부동산분과위원장 A씨가 외부의 청탁이나 지시로 공시지가를 상향시켰을 의혹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자료=안호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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