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승 금융부 기자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GA가 갑(甲)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영향력이 커지자 보험사들이 GA 눈치를 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GA는 한 금융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형태로서 보험업계 내에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2015년 말부터 GA 소속 설계사 수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GA 소속 설계사는 22만3천명, 보험모집 실적은 38조4천억원에 달한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다보니 보험사 상품별로 GA 소속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천차만별이다. 이에 상품판매를 빌미로 GA들이 보험사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며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다. GA 소속 설계사는 월납보험료 대비 최대 1600%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속 설계사 수수료는 800%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들은 GA의 높은 수수료가 전속 설계사 이탈도 부추긴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18만9천53명이다. 지난 2013년 9월 말 23만3천295명이었던 것에 비해 5만명 가량 줄어든 수치다.

GA가 갑이라는 보험사들의 주장에 GA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 GA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자사 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GA에 높은 수수료를 책정했으면서 이제와 보험사 입지가 줄어들고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나니 정상적인 수수료체계를 걸고 넘어지고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들의 수수료를 GA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은 전속설계사들에게 들어가는 사업비가 GA보다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조직구조가 GA보다 세밀하게 구성된 것도 한 몫 한다. 파이를 나눠먹어야 할 조직들이 GA보다 많은 것이다.

전속설계사수가 줄어드는 이유도 GA수수료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 지급여력제도(K-ICS)등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내부 비용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들 보험영업 사업비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성장했다곤 하지만 GA규모도 해외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2000년대 중반부터 GA 판매비중이 원수사 판매 채널을 앞질렀다. 2004년 미국의 GA 소속 설계사수는 16만1천955명이다. 1998년 11만8천685명이었던 것에 비해 36%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보험판매 비중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율도 미국은 70%, 영국은 80%를 넘어선 상태다.

보험업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보험소비자들이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보험 상품을 찾는 시대가 왔다. 이런 기조에 GA가 성장하는 것은 자명한 현상이다. 시장이 확대되며 발생하는 문제들은 고쳐야 한다. 다만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멀쩡한 시장에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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