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승 금융부 기자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오렌지라이프 인수전은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내비치며 시작됐다. 오렌지라이프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 6월 말 기준 437.9%. 업계 최고 수준이다. 매물로 거론되는 여러 보험사들 중 금융지주들이 오렌지라이프에 군침을 흘렸던 가장 큰 이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했나. 떠들썩했던 인수전에 비해 그 실익은 아직 저 멀리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은 이번 인수로 KB금융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늘어났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당분간 독자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기 위해선 양사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시 물리적, 화학적 결합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난제로 거론된다. 신한생명 점포수는 167개, 오렌지라이프는 105개다. 중복지역 점포 통폐합은 물론 홍보, 마케팅 등 리브랜딩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이미 사명변경에 따른 리브랜딩으로 250억 가량의 비용을 책정했으며 통합 시 한 번 더 사명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오렌지라이프 노동조합이 매각에 따른 위로금과 7년 고용안정, 노동조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이질적인 기업문화도 걸림돌이다. 신한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에서 출발,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형성해 온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계사 조직도 판이하다. 신한생명은 여성설계사 비중이 약 82%에 달하며 평균연령은 46세다. 오렌지라이프는 남성설계사 약 71%, 평균 연령 36세다. 인센티브제도가 달라 설계사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오렌지라이프 최대 주주였던 MBK파트너스 표정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신한금융이 인수가로 내놓은 2조3천억원은 MBK파트너스 순이익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에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하기 전 이미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유 지분 40.85%를 구주매출로 매각, 1조1천55억원을 회수했다. 배당금으론 6천140억원을 벌었으며 지난 4월 1조2천500억원 규모 자본재조정(리캡)으로 인수금액을 모두 거둬들였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3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한 금액은 1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이익을 본 MBK파트너스에게 나무랄 수만은 없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합병이 어느 한 곳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된 것이라면 인수합병의 의미는 무색해질 뿐이다.

신한금융은 과거 조흥은행, LG카드를 인수하며 성공적인 경영을 보여 왔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수전이었던 만큼,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제기되는 우려들도 향후 성공적인 합병을 위한 발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