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가 죽어도 시집 안 가겠다는 말과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 그리고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 그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웃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잣대로 견줘보면 모두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처녀가 시집안가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기 십상이다. ‘내 삶은 내가 살겠다’고 당차게 나대는 처자들이 요즘엔 한둘이 아니다. 부모라고 마구잡이로 막지 못하는 세태가 된 것이다. 죽고 싶다는 노인의 독백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에 고독사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노인들이 있어서다.

이상의 두 가지 경우는 이제 더 이상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나머지 하나,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은 어떤가. 이 말도 아예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노점상 혹은 시중의 난장에서 흔히 듣는 싸구려타령에 등장하는 단골 후렴이 그것이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요즘, 골목에는 며칠째 문을 닫은 매점이 쉬게 눈에 띈다. 언제 다시 열겠다는 안내문도 아예 없다.

올 여름처럼 혹독(?)하게 찌는 더위가 한 달이 넘게 지속된 해는 지난 1994년 이후 처음이란다. ‘뭐 되는 노릇이 하나도 없다’는 소리가 서민들 입에서 절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쳇말로 나라 탓이란다.

정말 그럴싸하게 들리는 흉흉한 소리가 뙤약볕아래서 독버섯처럼 솟아나고 있다. 남아돌아 흔하게 보인다던 쌀이 동네슈퍼에서 어느 날 갑자기 귀하디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슈퍼사장의 말만 귓전에 맴돌 뿐 자초지종이 묘연했다.

왜 쌀값이 갑자기 3, 40%나 치솟는지를 아무도 시원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뙤약볕에 열불 난 가슴이 써늘해지는 흉흉한 소문이 시중에 떠돈다. 쌀이 석탄과 교환돼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쌀값이 치솟고 품귀현상이 왔다는 것이다.

소문은 늘 정교한 가지를 치기 마련이다. 쌀이 석탄으로 둔갑하는 과정이 사진처럼 명약관화하게 시장을 휘돌고 있었다. 정부도 두고 볼 수 없어 사정을 밝혔다. 10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란다. 그런데 더 아리송한 의문만 보탠 꼴이 되고 말았다.

3개회사가 온전히 장사 속으로 벌인 행위라는 것이다. 물론 석탄 받고 대신 쌀로 값을 치렀다는 말은 없다. 억측이란다.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는 시중 장사꾼도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북한과 상거래는 못하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그들은 배로 석탄을 수차례나 퍼 날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무렵 북한이 내년부터 식량배급을 재개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당연히 쌀 배급도 한다는 말이다.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 수밖에.

경제는 날로 어두워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민들 차지라는 자영업은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왕창 올린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우기던 청와대 사람들도 이제는 말문을 닫고 있다. 답답하다. 서민의 가슴은 이미 울음으로 차있다.

한계에 몰린 서민들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으로 버텨보려고 발버둥이다. 이들이 지난 상반기 중에 빌린 돈이 43조원. 최대 폭의 증가세다. 우리가 스스로 진단한 국내경제의 병세만이 그런 게 아니다. OECD가 경고했다. ‘이대로 가다가 코리아는 외환위기 직후와 같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6월 경기선행지수가 0.3P 떨어졌다. 이는 15개월째 내리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해석하는 기준이 정부와 국민이 다르다는데 있다. 국민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회복세라고 정반대로 평가한다.

누가 누구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시장은 거짓의 실체를 안다. 영통한 점쟁이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시장 그 자체가 거짓이 살아 낼 수 없는 자정능력이 내재해 있어서다. 시장에 정직한 정책을 제공하고 평가대로 다듬는 작업이 곧 당국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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