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뱅킹 시대 속에서도 고객 ‘만남의 장소’로 활기

서울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지점 창구 모습.<사진=KB국민은행>
서울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지점 창구 모습.<사진=KB국민은행>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핀테크(IT+금융) 활성화에 따른 온라인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은행들이 지점 수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내점고객으로 북적이는 지점이 있어 화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우리·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지난 2015년 3천513개에서 2016년 3천333개, 2017년 3천124개로 매년 감소 추세다.

은행들이 지점을 축소해 나가는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뱅킹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통장 개설부터 예금, 대출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점 문턱이 닳도록 여전히 많은 내점고객이 오가는 지점이 있다.

해당 지점들은 지역 특성상 노년층 및 외국인이 많거나 지역 랜드마크, 버스정류장 등이 즐비해 지점 앞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풍부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시중은행별 내점고객으로 가장 붐비는 지점은 설치된 자동화기기(ATM) 개수와 무관하지 않다.

창구 업무를 분산시켜 고객의 대기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ATM가 많이 설치됐다는 것은 그만큼 내점고객 빈도수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공항 등 특수성을 띠는 장소를 제외한 일반 시중은행 지점 중 가장 많은 ATM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선부동’ 지점이다.

선부동 지점은 지난 1991년 11월 6일 개점했으며 현재 13대의 ATM를 운영 중이다.

반월, 시화공단이 몰려 있어 내국인보다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안산시에서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곳 중 한 곳인 선부동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0여개국 출신의 근로자들이 어울려 생활한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갖고있지 않거나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은 디지털뱅킹으로 계좌 개설 등의 은행 업무를 보기 어렵다보니 직접 영업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안산 대표 랜드마크인 선부광장(일명 다이아몬드 광장)에 위치한 선부동 지점은 늘 내점고객으로 성황을 이룬다.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은 ATM을 설치한 지점은 ‘신림로’ 지점이다. 이 지점에는 9개의 ATM이 있다.

서울시 대학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신림로 지점은 신림동 고시촌에서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지점 근처에는 버스 정류장이 많고 대형 고시학원이 줄지어있어 고시생들의 방문이 잦다.

신한은행은 서울 ‘노원역’ 지점과 ‘사가정역’ 지점이 각각 11개의 ATM을 운영하고 있고, KEB하나은행의 경우 대전 서구에 위치한 ‘둔산’ 지점이 하나은행 중 가장 많은 9개의 ATM이 설치돼있다.

해당 지점들은 타 지점 대비 2배 이상 많은 ATM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연휴에도 문을 열고 고객을 맞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내점고객이 많다고 해서 해당 지점의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업무가 많아 은행원이 배정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객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장소로 기억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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