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1년 2개월 앞두고 FDA서 보류 통보 받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셀트리온에 이어 화이자도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으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 보류 통보를 받았다.

인도 제약사인 밀란·바이오콘이 이미 지난해 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아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두 주자) 지위를 차지한 뒤다.

화이자는 지난 23일(미국 동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FDA가 자사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매허가 신청을 거절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FDA가 최종 보완요구 공문(Complete Response Letter·CRL)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FDA는 CRL에서 추가적인 기술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FDA가 요구한 정보는 안전이나 임상 데이터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는 이어 “FD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이 바이오시밀러를 미국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셉틴은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유방암·위암 치료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71억8천만달러(약 7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FDA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가 보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5일 FDA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에 대한 CRL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판매허가를 신청한 지 8개월만이다.

FDA는 이 문서에서 “지난 1월 FDA로부터 전달받은 ‘의약품 생산 설비 및 제조 과정의 보완자료 요청에 대한 워닝레터(Warning Letter)'에 따라 현재 심사 중인 두 제품의 허가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는 지난해 6월 셀트리온의 생산시설을 정기실사한 후 올 1월 워닝레터를 발송했다. FDA는 이 문서에서 완제 공정에서 바이알(약병)의 고무마개 접지 문제, 이로 인한 오염 가능성, 관리운용절차 준수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허쥬마의 연내 미국 허가에 차질이 없도록 FDA에 허가 심사 재개(Resubmission)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심사 재개 시점으로부터 약 6개월 이내에 허쥬마의 허가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어 “FDA의 CRL 이슈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해소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허가 시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허셉틴의 미국 물질특허가 내년 6월 만료돼 그 전에 허가를 받아놔야 만료 시점에 맞춰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제약사인 밀란·바이오콘이 공동개발한 또다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오기브리(Ogivri)가 이미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아 퍼스트무버 지위를 차지한 상황이기도 하다.

퍼스트무버는 마케팅 측면에서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셀트리온도 그동안 강조해온 부분이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12월 FDA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SB3·온트루잔트)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EC)로부터 온트루잔트의 판매허가를 받은 바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중 유럽 첫 판매허가다. 올해 2월 유럽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 보다도 4개월 가량 빠르다.

바이오시밀러업계 관계자는 “밀란·바이오콘이 미국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며 “밀란·바이오콘과 경쟁하려면 특허 만료 직후 제품을 출시하거나 최소한 밀란·바이오콘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해야 돼 판매허가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기적으로 봐서는 셀트리온과 화이자 모두 내년 6월 전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처럼 중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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