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전부패소 후 항소했다가 소 취하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 일가를 상대로 낸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포기했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에게 법으로 인정한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말한다. 민법은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절반, 부모 등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이 소송은 금액이 최대 2천300억원에 달하지만 1심에서 전부패소하자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이재휘씨는 이재현 회장과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이사,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을 상대로 낸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 대해 지난 16일 법원에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재휘씨는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명예회장과 여배우 박모씨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이자 이재현 회장의 이복형제다.

이재휘씨는 이맹희 명예회장의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지내다 지난 2004년 친자확인소송을 내 2006년 대법원에서 친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재휘씨는 지난 2015년 10월 이재현 회장 일가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이맹희 명예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사망한지 2개월여 뒤다.

이재휘씨 측 변호인은 소송 당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안국화재 차명주식 9만여주를 이재현 회장에게 줬다”며 “이병철 창업주 유서가 없고 이맹희 명예회장은 상속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재현 회장은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사전 증여를 받은 것으로 이중 일부를 이재휘씨에게 유류분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휘씨는 청구금액을 2천300억원 가량으로 책정했다.

이재현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주식을 팔아 산 CJ 주식을 이맹희 명예회장이 사망한 시점(2015년 8월)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금액이 총 2조5천400억원 가량 되는데 유류분(11분의 1)으로 나눈 액수다.

이재휘씨 측 변호인은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에게 받은 안국화재 차명주식을 팔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차명으로 CJ 주식을 샀다”며 “이는 국세청이 법원의 과세정보 제공명령에 회신한 서류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안국화재 차명주식은) 이맹희 명예회장 몫인데 이재현 회장에게 간 것”이라며 “이것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이맹희 명예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사전증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경찰 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조사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008년 10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987년 경 이병철 창업주가 관리하던 안국화재 주식 9만여주를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했고 이재현 회장은 1994년 경부터 1998년 경까지 안국화재 주식을 순차적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에는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던 CJ그룹 자금관리팀장의 형사재판에서 이재현 회장이 CJ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하면서 국세청에 1천700억원 상당을 상속세로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소송에서는 삼성 측이 “이병철 창업주는 자녀들에게 차명주식을 전부 나눠줬고 숨겨오지 않았다”며 “이병철 창업주는 이재현 회장에게 안국화재의 차명주식 9만여주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휘씨 측 변호사는 “이재현 회장 측도 1998년 경까지 안국화재 차명주식을 팔아 CJ 차명주식을 산 것은 인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거래만 따져도 이씨의 유류분은 8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12월 21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이맹희 명예회장이 차명주식을 이재현 회장 삼남매 등에게 증여 내지 유증했는지에 대해 원고 측이 제시한 증거는 ‘이병철 회장이 맏아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물려준 돈을 손자인 피고 이재현 회장이 다시 상속받았다’고 CJ 측이 밝혔다는 언론보도 기사일 뿐이어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재휘씨는 이 판결에 불복, 올해 1월 4일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냈지만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하다 이달 16일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재휘씨 측 변호인이 지난달 2일 법원에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기를 신청했으나 1심을 뒤집을만한 새로운 주장을 찾지 못해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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