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한달여 앞두고 경쟁사 자금조달 흥행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인 에지나(Egina) FPSO.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인 에지나(Egina) FPSO. <사진=삼성중공업>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구주주 대상 공모는 100%를 넘었고 일반공모는 경쟁률이 1천800대 1을 뛰어넘는 초대박을 거뒀다.

대우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에 앞서 유상증자에 성공한 상황이라 한달여 뒤 대규모 청약을 앞둔 삼성중공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13일부터 14일까지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한 결과 모집대상 주식 수 1만5천868주에 2천888만5천주가 신청돼 청약경쟁률 1천820.33대 1을 기록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번 일반공모는 기존에 우리사주조합과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후 발생한 단수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구주주 청약에서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8일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107.8%의 청약률을 보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최근 조선업황 회복에 따른 기대 등에 힘입어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모집 규모는 1조2천35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은 조달자금 중 약 8천200억원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입금 상환에, 약 4천200억원을 친환경·스마트 선박 연구·개발(R&D)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증이 마무리되면 지난해 말 89.9%였던 부채비율은 78% 수준까지 내려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132억달러 수주 달성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증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2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지난 14일 끝났다고 15일 공시했다.

배정 대상은 우리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다. 신주 교부일은 이번달 30일이며 다음달 2일 상장된다.

대우조선은 “자금조달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 등 자본확충”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유상증자 성공은 1조4천억원 규모의 유증을 준비 중인 삼성중공업에게 호재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금융경색 등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 유상증자는 1조4천88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3월 8일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가 지분 16.9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삼성생명(3.24%), 삼성전기(2.29%), 삼성SDI(0.40%)도 주요 주주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유상증자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남준우 사장은 지난 1월 개최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실패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2016년 1조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당시에도 실권주 없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이어 “이번에는 업황이 회복 중이고 유가도 받쳐주는 등 전망이 좋아 성공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유상증자 당시 삼성전자는 1천811억원을 출자했고 삼성생명과 삼성전기,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들도 모두 증자에 참여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6일 1찰 발행가액을 5천870원으로 확정했는데 현재 시세가 이 가격보다 40% 이상 높아 흥행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주주가 실권하더라도 증권사에서 인수할 예정이라 유상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