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경제를 진단하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가동향이나 주식시장의 움직임으로 경제를 읽기도 한다. 크게는 세계금융시장 동태를 판단의 근거로 꼽기도 한다. 수출입상황이나 선물시장, 물동량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경제의 현주소를 유추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수단을 통해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자본시장의 경우 높낮이에는 커다란 굴곡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개미군단의 부지런한 움직임만 읽을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 주식시장을 통해 읽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수출입상황은 우리경제의 바로미터가 된다. 이 부문도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된지 오래되었다. 지표상 조금씩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조금씩 풀린다는 조짐에 따라 다소 상향곡선이 기돼되다가도 이내 제자리를 찍기 몇 번하다가 다시 주저앉고 있는 즈음이다. 내수 물가는 품목에 따라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 것이 눈에 띄기도 한다. 부진 속에 고물가를 노리는 강남의 부동산시세 따위가 당국의 억제책을 비웃고 있을 정도다.

이런 추세를 감안한 전체적 상황은 ‘우리나라에는 현재 경제가 실종되었다’는 해석이 마땅해 보인다. 경제보다 새해 벽두부터 많은 국민이 실감하지 못하는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주요 국간에 벌이는 치열한 외교전만 보인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핵문제에서 비롯된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어딘지 맞지 않는 어설픈 평화론을 표방, 결국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냈다. 이를 성과로 보기에는 문제의 확대로 보이는 측면이 강하다.

이어 북한과의 회담이 온통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경제가 끼어들 틈이 없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개최지인 강원도의 걱정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도 한다.

적자폭이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걱정이던 차였다. 그런데 북한이 참석한다는 지극히 정치적 사안에 이르러서는 강원도의 걱정 따위는 관심사안 밖이 되어버렸다.

강원도지사라는 사람은 도민의 걱정 따위와는 전혀 별개의 생각을 가지고 북한과 내밀한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밑협상을 통해 그들을 끌어들이는 실무작업을 수행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거기에는 어떤 계산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강원도민의 삶에 대한, 민생경제에 대한 손익계산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긴 해도 그 자신도 몰랐을 터다.

대한민국의 영속적인 평화유지와 북한의 핵문제해결을 위한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는 어떤 한수관계가 있는 또는 없는지 국민은 모른다. 정권차원에서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터다. 그런데 그 속에는 경제 즉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언급이나 약속이 없다,

그 점이 불안하다. 북한이 지금껏 우리에게 어떤 모습이었는가. 우리에게 그들은 무엇이었는가. 정권은 분명하게 선을 긋고 그들을 불러들여야 한다. 그들이 통일의 대상인지 혹은 더불어 살아갈 대상인지 밝혔어야 한다. 다시금 퍼주고 데려와서 또다시 욕먹고 국민 성깔만 돋우는 짓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동계올림픽참가를 우리 정권과는 달리 이상한 눈으로 보는 안팎의 시선도 적잖다. 안으로는 또다시 퍼주기 공세로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벌써부터 심기를 끓이고 있는 이들이 많다. 밖에서는 노골적으로 정부의 대북자세에 불신을 하는 눈빛이 따갑다.

당장 북한의 핵을 없애기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이라도 동원하겠다는 소리 소문이 컸다. 그런데 우리는 무사태평하다는 듯 평화를 구가하면서 정작 핵을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다. 정부의 이런 태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초래했다.

바라기는 빚더미만 남기고 겉만 번지르르한 행사가 아닌 명실공이 괜찮은 장사가 되는 동계올림픽이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별 볼일 없는 북한선수들과 김정은 아이돌의 선정적인 굿판만 기웃거릴 형편이 아니다. 지금 민생형편이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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