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시 SK텔레콤·하이닉스 지분 30% 보유에 6조~7조 자금 예상

 
 

내년 SKT 인적분할 통한 지분율 확대 가능성 높아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SK그룹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 확대가 다급해졌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확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일반지주사의 상장 손·자회사 의무 보유지분을 20%에서 30%로, 비상장 손·자회사의 의무지분을 4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의되면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주도로 지난 9월 발의된 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여당과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있어 예상보다 빨리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통과 및 시행까지 여유가 있지만 대기업들은 개정안에 따라 의무 보유 지분을 맞추려면 많게는 수조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지분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의 지분 20.1%를 추가 확보해 단독 자회사로 전환시킨 것도 사업효율화와 더불어 공정거래법 개정을 대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3.4%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회사 SK도 자회사인 SK텔레콤과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의무 보유 지분을 맞추려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SK그룹의 New ICT(신 정보통신기술)을 주도하는 주력 계열사다. 올해 연결기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6천억원이 예상된다. 특히 자회사로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그룹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급성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알짜 계열사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올해 매출액 30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중 실적 면에서 최대 규모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최고의 수익창출원으로 그룹을 살찌우는데 보탬이 되고 있지만 지분 구조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주사 SK는 SK텔레콤의 지분 25.2%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갖고 있다. 지주회사 SK를 정점으로 SK텔레콤을 자회사,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손·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이 상향돼 지주회사 SK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SK텔레콤의 지분을 최소 4.78% 이상 더 확보하고, SK하이닉스의 지분은 9.93%를 더 확보해야 의무 보유 지분을 지킬 수 있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만 해도 2개의 굵직한 손·자회사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데 6조5천억~7조원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의 지분을 30%로 늘리는데 1조원 이상이,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늘리는데 5조5천억원의 비용이 든다.

재계 내에서는 SK그룹이 비용부담과 대내외 시각을 고려할 때 단순 지분 확대보다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이 내년에 SK텔레콤을 전문 투자회사와 ICT 전담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SK의 SK텔레콤 중간지주회사 지분율이 60%로 높아질 수 있고 배당 유입분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앞서 의무 보유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자 ICT 전문 계열사간 사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그룹의 연말 인사를 볼 때 내년 상반기에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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