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50세를 갓 넘긴 J가 세 번째 가게 문을 닫은 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매일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는 그의 모습은 수척했다. 중견회사를 그만둔 지 3년 동안 그가 의욕적으로 벌인 첫 사업은 음식점이었다. 다니던 회사가 분쟁에 휘말리기 시작한지 5년 만이었다. 잘나가던 회사가 암암리에 M&A를 추진 중이라는 기밀을 입수했다.

서둘러 그는 퇴직 후의 진로를 준비했다. 그리고 근 25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여를 고민한 끝에 착수한 일이 집에서 멀지않은 상가에 가게를 얻어 집사람과 음식점을 낸 것이다.

부부는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 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가게를 꾸려나갔다. 전 주인이 잘 운영하던 가게여서 신장개업으로 이어받기만 했어도 수지를 맞춰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매상이 줄어들었다. 생전 처음해본 사업은 그렇게 해서 불과 1년여 만에 다름 사람한테 넘기고 말았다. 그는 지금도‘조금 손해보고’넘겼다는 게 잘 내린 결정이라고 회고한다. 이어 손을 댄 업종이 문구점이었다. 목 좋다는 초중고교가 있는 골목어귀라는 유혹에 가게를 얻었다.

경쟁점포가 몇 곳 있었지만 누가 봐도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이는 점포였다. 3~4일에 한 번씩 도매상에서 물건만 구매하다가 진열해 놓는 게 중요일과 중 하나였다. 음식점과는 차원이 다른 업종이었다. 그렇게 잘나갈 것 같던 가게가 속으로 병들어 간다는 것을 알겐 된 것도 불과 4개월을 넘기면서부터였다.

역시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2개월을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다시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엔 의류제작업체와 도매시장 점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중계업종이었다. 인척의 기존 거래망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하는 일이라 크게 손해 볼이 아니라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5~6개월이 지나면서 거래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뭔가 영업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금내기도 벅찼다. 경쟁사의 치열한 공격에 버티기가 버겁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직원으로 있던 사람들의 눈치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국 그들의 농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J의 자영업 실패역정은 막을 내렸다. 딴에는 첫 사업을 하기 전부터 꼼꼼한 준비를 했다고 여겼다. 전문 업체라는 곳에 맡겨 상권을 분석하고, 공격적인 영업방식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매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지속적인 성장이 되지못했다.

자신이 이 바닥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가게는 쇠락해 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상과는 다른 현실과 결과에 겁이 났던 것이다. 서둘러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자신의 다음 행동을 채근했다. 지금은 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기 싫다고 고백한다.

경제는 정확한 전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준비 그 자체라고 한다. 이를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의 바로미터는 자본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경제의 큰 상황변화는 없었다. 특히 안보불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중한 시점에 비춰볼 때 더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경제에 어떤 전망이 가능한 것인가? 특히 나라밖에서는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혹자는 우리경제가 북핵문제정도에도 지속 발전할 것이라고 여겨 자본시장이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지난 16일 코스피 지수는 2480선을 넘어섰다.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우리자본시장의 저력을 반영이라도 하듯 기복 없는 성장세를 보여준다는 해설과 함께. 과연 그럴까? 우리자본시장의 고객은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그리고 기관투자로 대변된다. 지금 코스피지수를 떠받들고 있는 투자주체는 개인도 아니고 외국자본도 아니다. 이들은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다. 오직 주인 없는 돈을 틀어쥐고 있는 이른바 기관투자들만 꾸준하게 불안한 안보시장을 떠받들고 있다. J의 준비 없는 파산이 우리경제의 대책 없음으로 해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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