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진 산업부 기자
장은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장은진 기자] 지난달 26일 전남대학교 소식을 전하는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의 한 학생이 언어유희를 사용한 메뉴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 메뉴판은 전남대학교 경영대 축제에서 나왔다.

공개된 메뉴판은 모든 내용이 선정적인 문구로 표기돼 있었다. ‘섹파전(#그거_말구_섹시파전말이야)’, ‘튀김만두(#속살이_궁금해?_그럼 벗겨)’, ‘오빠의 소세지 야채 볶음(#되게_크다_뭐가 크다구?)’, ‘쌀것같아(#싸다는 의미)’ 등 언어유희를 빙자한 음담패설로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까지 주었다.

논란이 된 메뉴판은 주점 운영 당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수정됐다.

비단 이런 문제는 대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선정적인 언어유희를 사용한 배경에는 사회적 환경도 한몫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언어유희를 사용한 제품이나 브랜드, 광고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억에 쉽게 각인되기 위해서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 중인 업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세계그룹이 최근 출시한 제주소주 새 브랜드 ‘푸른밤’이다. 푸른밤은 알코올가 도수 16.9도인 ‘짧은 밤’과 20.1도인 ‘긴 밤’ 등 두 가지 종류다. 낮은 도수의 제품이 짧은 밤이고 높은 도수 제품은 긴 밤이라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술과 함께 긴밤, 짧은밤을 검색하면 성적인 의미를 가진 언어유희를 찾아 볼 수 있다. 긴밤과 짧은밤은 성매매의 시간 단위를 표현하는 은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밤 문화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소비자들은 주류 제품명으로 낯뜨거운 속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 또한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다는 의견이다.

푸른밤의 광고는 긴 밤과 짧은 밤이라고 지어진 제품명을 사소하게 보이게 가려준다. 네이밍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이미지로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한 여성 사회활동가는 비슷한 문제가 매년 불거지고 있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드라마나 CF 등 소비자들이 가까이 접하는 콘텐츠에서 문제가 아닌 것처럼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을 사소하게 보아선 안 된다. 처음에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더 커진다. 최근 들어 더욱 음란하고 선정성이 짙은 말들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하지 말고 절제하고 다잡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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