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후원사 ‘방긋’, 하위권 ‘우울’

8월 13일 기준 프로야구 관중 동원수<자료=한국야구위원회>
8월 13일 기준 프로야구 관중 동원수<자료=한국야구위원회>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관련 금융사들의 스폰서 참여가 늘고 있다. 다만 성적이 팀의 인기는 물론 대중 관심도와 정비례하는 스포츠 특성상 상위권 후원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투자성과는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상 첫 800만 관중 모집에 성공한 프로야구는 올해도 대단한 흥행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5번째 최소경기 3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한 것은 물론 평균 관중수 1만 1514명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 800만 관중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 특성과 환경 등을 고려하면 프로야구 외 타 종목에서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관중 규모다.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이를 향한 기업들의 관심 또한 높이지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시즌 시작 전 주요 프로야구단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금융사에서도 은행은 물론 보험과 증권·카드는 물론 저축은행들까지 야구 스폰서 행렬에 동참했다.

다만, 시즌 성적이 팀에 대한 관심과 직결되는 스포츠 성격 상 종반부로 접어든 현재 상위권 후원 스폰서와 그렇지 못한 스폰서 간에는 투자성과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웃음 짓는 상위권

15일 기준 프로야구 상위권에는 기아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3팀이 자리하고 있다. 기아가 수개월째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고, 두산과 NC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전통의 명가이자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 등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으로 불리는 기아는 선두 질주와 함께 올 시즌 관중수 역시 급증했다.

시즌 종료까지 40여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75만9천명이 광주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것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관중수 77만3천명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사상 첫 100만 관중 돌파도 예상되는데, 이 경우 기아는 서울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LG 그리고 광주보다 인구수가 3배가량 많은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 인천 연고의 SK 와이번스 다음으로 역대 5번째 100만 관중팀에 오르게 된다.

기아를 후원하는 금융사로는 모기업 소속인 HMC투자증권과 현대카드 외 현대해상과 광주은행·신한카드 등이 있는데, 이들 또한 ‘야구 특수’를 충분히 누리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해상은 회사 로고가 기아 타자들 헬멧에 부착, 회사명 노출 빈도수가 크게 증가했다.

최근 2위로 뛰어오른 두산은 올 시즌에도 라이벌인 LG와 함께 흥행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재까지 82만2천명이 두산 홈경기 당일 잠실구장을 찾았으며, 이 같은 추세가 시즌 말까지 이어질 경우 역대 최초 9년 연속 100만 관중 달성 기록도 세우게 된다.

두산의 유일한 금융후원사인 국민카드로서도 두산의 인기 상승세와 홈구장 티켓판매 증가 등으로 상당한 홍보 및 판매 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과 2위 경쟁 중인 NC는 신생 지역구단이라는 한계 탓에 창단 후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관중수는 연평균 50만명 선에 그치고 있다. 올해 역시 NC는 현재까지 37만7천명이 홈구장인 마산 구장을 찾는 등 흥행면에 있어선 아직까지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NC는 지역 대표 프로스포츠단이란 점에서 NH농협은행(경남지역본부)·신협·BNK경남은행 등 지역 기반 금융사들이 꾸준히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증권 중에선 키움증권이 NC를 후원 중이다. 이들 금융사들은 NC의 좋은 성적이 이어지고 팀에 대한 지역 내 여론이 긍정적이기에 지속적 투자에 따른 향후 성과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돈의 중위권

현재 프로야구에선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달린 4~5위를 두고 LG, 넥센 히어로즈, 롯데, SK 등 4팀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3위와 4위가 6게임차가 나는 가운데 4위부터 7위까지 게임차는 단 3게임에 불과할 정도로 순위다툼이 치열하다.

가을야구에 진출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광고 효과가 크게 증가하기에, 이들 팀들의 후원사 역시 최종 성적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혼돈의 중위권 중 가장 앞서 나가는 팀은 LG로 흥행에서도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서울 대표구단이란 자부심을 드러내듯 관중수 84만6천명을 기록 중인 것으로, 2년간 두산에 내준 시즌 최다관중수도 되찾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LG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유니폼 스폰서 외 후원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성적에 따른 후원기업의 홍보효과는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 주째 LG와 성적 평행선을 이어가며 화제가 되고 있는 넥센은 홈구장 이전 후 나타난 관중수 증가효과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56만9천명이 고척 돔구장을 찾은 것으로, 내심 연관중 80만 돌파까지 기대하고 있다.

넥센이 서울의 신흥강자로 몇 년째 승승장구하자 금융권 포함 넥센을 후원하는 기업들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올해는 HK저축은행·JT금융그룹·KB생명·보람상조·우리카드·새마을금고·키움증권·서민금융진흥원 등이 넥센 후원 금융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 구단과 비교 대형 금융사보다는 중소형 금융사들이 주로 후원하는 모습인데, 후원 금액 대비 쏠쏠한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LG와 함께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불리는 롯데의 경우 올해는 중위권 성적만큼 흥행 면에서도 중간 정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 홈 관중 수가 2만 명도 자주 넘는 등 흥행 기대감이 높았으나, 중반 이후 성적이 중하위권에 머물자 평균 관중수도 1만명 초반대로 떨어졌다. 현재 롯데 관중수는 66만9천명을 기록 중이며, 최종 예상 관중수는 92만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롯데 후원사 명단에는 주로 그룹 계열사가 포함돼 있는데, 금융권에서도 롯데카드·롯데손보·롯데캐피탈·이비카드·마이비 등이 후원 중이다. 구단 인기나 성적보다는 관계사로서 후원성격이 크다보니, 성적에 따른 기대감 등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3위 경쟁을 펼치다 최근 7위 떨어진 SK의 경우 현재 68만1천명의 관중이 홈구장을 찾았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최종 관중 수 80만명대가 예상되는데 전성기였던 2000년대 말~ 2010년 초반 100만 관중 가까이 몰렸던 것과 비교해 아쉬운 관중수다.

SK 후원사 중 금융사로는 관계사였던 SK증권과 과거 지분 참여가 있었던 하나카드 둘이 있다. 성적이 중위권인 상황에서 그에 따른 홍보효과 역시 큰 편은 아니며, 최근 케이프 컨소시엄에 매각된 SK증권의 경우 내년도 후원사 이탈도 예상되고 있다.

울상인 하위권

올해 프로야구 하위권에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한화 이글스, 삼성, KT 위즈 3팀이 자리하고 있다. 8위인 한화와 7위 SK의 게임차가 9게임일 정도로 그 격차 역시 상당하다.

지난 수년간 리그 최고수준의 투자를 감행해 왔으나 성적은 반비례 해온 한화는 올해 역시 외인선수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모습이다.

그나마 경기 평균 9천명 수준인 관중수는 지난해와 비슷해 시즌 최종 관중수 역시 65만명 내외가 예상된다. 홈인 대전구장이 최대 1만3천명 수용이 가능한 작은 규모의 구장이고, 수년간 하위권을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상위권 팀 못지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보니 한화의 금융권 후원사 역시 선두인 기아와 비슷하게 업종도 많고 다양하다. 그룹사인 한화생명·한화손보·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 외 새마을금고·신협·국민카드·바로론 등이 한화를 후원 중이다. 팀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보니 후원에 따른 광고 효과도 중하위권 중에선 가장 나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단행된 스포츠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 규모 축소 결정 후 성적이 급락한 삼성은 올해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새 구장 이전 후 경기당 1만1천명으로 늘었던 홈구장 평균 관중 수는 1년 만에 9천명 내외로 떨어졌다. 예상 최종 관중 수 또한 전년보다 15만명 이상 줄어든 7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밝혔듯 삼성은 스폰서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선수 유니폼에 사명이 기재된 삼성생명은 이와 관련 “스폰서 계약이 아닌 광고계약”이라고 밝혔다.

창단 후 2년 연속 리그 꼴지가 유력한 KT는 성적으로는 올해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나마 수도권 팀이란 메리트가 흥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46만3천명의 관중이 홈구장을 찾은 것으로 평균 관중수 또한 9천200명 정도다.

팀의 장래성 덕분인지 대신증권과 IBK기업은행 등 그동안 야구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금융사들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성적이 계속 하위권에 머물 경우 스폰서 재계약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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