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담합 적발돼 소송 비화…배상 금액은 적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경유 가격 담합으로 고객 수백명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는 24일 트럭운전기사 261명이 “경유 가격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세 회사가 원고들에게 총 4천665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다.

원고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다산의 조지훈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원고들이 139명과 122명으로 나뉘어 두 건으로 진행됐는데 재판부가 각각 2천250만원과 2천415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이들 회사가 경유 판매 가격을 담합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2월 이들 3개 회사와 에쓰오일(S-Oil)이 2004년 4월부터 같은해 6월까지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4개사는 2004년 4월경 서로 연락해 가격 결정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회사는 고시 공장도가격과 일일판매 기준가격으로 나눠지는 이원적 가격 결정구조를 이용해 SK에너지가 고시하는 휘발유·등유·경유의 공장도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한 금액을 각각 시장의 목표가격으로 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목표가격을 실질적인 시장가격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모임을 운영하고 가격정보를 교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합의를 이행하는지를 감시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담합기간 동안 원유가격은 약 20원 오르는 데 그쳤으나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는 약 40원, 등유는 약 70원, 경유는 약 60원 인상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히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금액은 무려 2천400억원에 달했다.

이에 트럭운전기사들은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배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번에 강제조정 결정이 나온 두 건의 소송은 모두 2심까지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다.

트럭운전기사들이 담합기간 동안 경유를 얼마나 구입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에 강제조정 결정을 받은 트럭기사들의 경유 구입을 사실로 인정했다.

대법원 민사2부는 “원고 261명이 화물트럭, 덤프트럭, 레미콘 등의 운행자라는 점에 비춰 보면 과세정보 자료에 나타난 경질유는 모두 경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담합기간 중 경유를 구매한 사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유사의 담합으로 인한 공급가격 인상은 소매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이들이 담합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이들의 경우에는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두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강제조정 결정은 아직 2심에 머물러 있는 다른 손배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은 트럭운전기사 526명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현재 원고 수는 367명이다.

조지훈 변호사는 “이 소송도 강제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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