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대선후보에 경제계 제언문 전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대한상의 회장단이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에게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대한상의 회장단이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에게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치고 재계 맏형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17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재계를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등 올 초부터 발 빠른 행보를 이어나가며 사실상 식물단체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전경련 대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대한상의는 박용만 회장이 23일 벚꽃 대선을 치르기 위해 분주한 각 정당의 대표들을 찾아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심상정 정의당 대표(대선후보)를 만나 제언문을 전달하며 재계의 목소리도 함께 전달했다.

당 대표들을 통해 각 정당의 예비후보에게 전달될 제언문에는 대전비전을 수립할 때 경제계의 절박한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해법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이 담겼다.

제언문은 대선 때면 재계가 100여건의 탄원 목록을 작성해 건의하던 종래의 방식을 탈피해 9건의 국가 핵심 어젠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72개 전국 상의를 통해 기업 의견을 수렴한 후 기업편향성을 없애기 위해 경제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보수와 진보학자 40여명에게 자문을 구한 뒤 작성됐다는 측면에서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최근 해외시장은 나아지는데 국내경제는 회복이 더뎌 보인다”며 “지금은 그나마 2%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공식을 복원해야 할 때”라며 “희망의 싹은 모든 경제주체가 변해야 틔울 수 있고, 변화의 촉매는 바로 정치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약은 정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살림과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 대선후보들의 ‘경제운용 철학’이 제대로 된 경제현실 진단 위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라며 “대선후보께서 꼭 고민했으면 하는 희망의 3대 틀 9개 어젠다를 논의해 담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23일 '중국 대한기업 규제 강화 예상 시나리오 및 리스크 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민경미 기자>
대한상의는 23일 '중국 대한기업 규제 강화 예상 시나리오 및 리스크 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민경미 기자>

대한상의의 ‘재계 맏형’ 행보는 이날 제언문 전달에 그치지 않았다. 앞서 지난 달 24일 후임 회장을 뽑아야 하는 절박한 안건이 걸렸던 전경련 정기총회와 같은 날 대한상의는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날 박용만 회장은 정치권의 기업 규제법안 추진과 관련해 우려를 밝히며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또한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달 17일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 있는 국내 대표기업이 경영공백 상황을 맞게 된데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면서 “수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매듭되어지기를 바란다”고 공식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한상의는 23일 중국 대한기업 규제 강화 예상 시나리오 및 리스크관리 세미나, 글로벌 트렌드와 4차산업혁명 대응 심포지엄 등 거시경제와 관련해 10여개의 행사를 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조용한 전경련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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