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조건 갈수록 인하, 보장 범위는 확대돼

<사진=메라츠화재>
<사진=메라츠화재>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100세 유병장수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보험에 대한 인기가 여전히 대단한 모습이다.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지병 보유자·고령자 등의 가입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업체 간 경쟁 과열 속 인수심사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유병자보험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 따르면 유병자보험 상품에 대한 인기가 올해도 여전해 보인다.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보험납입료가 높은 편임에도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보니 찾는 이들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각 보험사에서도 가입조건을 더욱 낮춘 새 유병자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실제 일반적인 보험상품의 경우 특정 부위에 질병이 있을 경우 해당 부위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입이 이뤄지거나 가입 자체가 되지 않다.

이와 달리 유병자보험은 특정 기간 동안 입원 및 사고 치료 수술 등이 없으면 거의 대부분 가입이 이뤄진다. 암에 대해서도 5년 이내 암 진단을 받아 입원했거나 수술한 이력이 없으면 가입이 가능할 정도다.

유병자보험 판매 확대는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고연령 가입자들이 늘며 찾아온 자연스런 변화라는 게 업계 일반적인 인식이다. 기존 시장의 경쟁과열 속 새로운 시장 창출에 대한 업계 노력도 상품 판매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여겨진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해 11월 유병자보험 가입조건을 대폭 완화하며 눈에 띄는 실적 상승 효과도 보고 있다.

가입나이를 45세로 낮추고 보험갱신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린 뒤 해당 상품 매출이 출시 한 달 사이 6배나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메르츠화재는 업계최초로 비경신형 유병자보험(100세까지 보장)까지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미래에셋생명은 TM전용 유병자보험을 대면채널로 한시적으로 확대 판매했으며,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 역시 유병자보험 보장범위 확대 및 인수심사 완화에 나서 실적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유병자보험 판매에 따른 손해율 상승 및 적자 증가 등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보험납입료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도 추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 역시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일부 생보사에서는 유병자보험 상품에 ‘재해사망’ 담보를 끼워 팔다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 또한 손해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유병자보험에 주로 가입하는 고령자에게서 발생빈도가 낮은 재해사망 담보를 주계약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유병자보험의 급격한 판매 증가 속 일부 보험사가 일시적 대면판대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향후 손해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업계 의견은 이와 전혀 다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보험 손해율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며 “갱신기간 조정 등 추가적인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험요율 등에 있어 합리적 통계 자료를 근거로 했으며, 무엇보다 보험사들이 손해를 볼 생각으로 상품을 판매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병자보험의 일시적 대면 판매 중단 등에 대해서도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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