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 유리한 선례로 소송 증가 예상…권리구제 활성화 기대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연합>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증권관련 집단 소송법(이하 증권집단소송)이 시행된 지 12년만에 첫 투자자 승소가 선고된데 이어 손해액 배상을 내용으로 하는 화해 결정이 내려지는 등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절차를 통한 권리구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8년 판매된 ‘한화스마트 주가연계증권(ELS) 제10호’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에서 손해액의 110%를 지급받게 됐다.

이 사건은 상품 만기평가일 종가형성시간대에 ELS의 헤지운용사 캐나다 왕립은행이 SK보통주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종가가 만기상환기준가(11만9천625원) 바로 밑의 가격인 11만9천원으로 마감, 원래대로라면 투자금의 122%를 상환받았을 투자자들이 투자금액의 74.6%만 상환 받게 되면서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이번 소송에서 화해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RBC는 앞으로 한 달 안에 266명의 피해 투자자들에게 손해액 약 110%에 해당하는 화해금 약 1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화해는 2005년 1월 증권집단소송 도입 이후 사상 두 번째다. 첫 번째 화해는 2009년 진성티이씨의 주주들이 진성티이씨가 손실을 은폐한 것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 이뤄진 바 있다.

지난달에는 증권집단소송의 첫 투자자 승소 판결이 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김경)는 지난달 20일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ELS 289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김 모씨 등 투자자 대표 6명이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낸 증권지단소송에 대해 원고에게 총 85억8천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해당 ELS를 만기까지 보유한 투자자 494명 가운데 집단소송과 별도의 단체소송에서 승소했거나 명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힌 30명을 제외한 464명 모두 피해보상을 받게 됐다.

앞서 피해 투자자들은 KB국민은행과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총 198억원을 투자했지만 헤지운용사 도이체방크가 만기평가일 종료 시점에 국민은행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상환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풋옵션 매도포지션이나 콜옵션 매수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약 25%의 손실을 입었다.

증권집단소송에서 첫 본안 승소 판결과 두 번째 화해 결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법조계와 증권업계는 앞으로 증권집단소송 절차를 통한 권리구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승소와 화해 등 선례는 진행 중인 다른 증권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 실효성 지적이 있었던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업계는 비슷한 사례에 대한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RBC를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에서 투자자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첫 본안 판결이 선고되고 두 번째 종국 결정이 내려져 피해자들이 권리 구제를 받게 되면서 국내도 점차 증권집단소송을 통한 권리구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거대 외국계 은행의 위법행위를 시정한 법원의 증권집단소송 판단은 앞으로 글로벌 금융사들의 반칙행위에 대한 억제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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