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입춘이 지났으니 절기로는 봄이다. 대한민국에 봄이 온 것이다. 그러나 나라전체가 얼어붙지 아니한 곳이 없을 정도로 엄동설한이 여전하다. 이를 두고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봄 같지 않다’고 옛사람들은 노래했다. 추위가 여전하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어수선하다는 단어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라사정이 어둡다. 심각하기는 경제, 특히 민생이 점점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척박해지고 있다. 정치역시 막장일로에 접어들었다. 사회전반도 어지럽기 짝이 없다. 주고받는 말이 드세졌다. 입 밖으로 내뱉는 단어와 억양이 어느 때 보다 사나워졌다. 극단을 치닫고 있다.

‘삭막한 문화가 음산하게 흐르고 있다’고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을 정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불만의 용광로가 이글거리는 형국이다. 그 정도가 이미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정도로 긴박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무엇을 믿고 이렇게 제 주장만 고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이들이 허다하다.

굳이 주말에 시청광장에 나가지 않아도 그들과 홧술을 나눌 수 있다. 동지인 동시에 다시는 상종 못할 사람들과 이웃하고 산지 벌써 오래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과 헤어져 동서남북으로 갈라서야할 판국이 된 것이다.

남북도 모자라 동서로 휴전선을 만들어야 할 즈음이 된 것이다. 비극이라는 말로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만 나온다는 이들이 많다.

거의 평생을 분단국가에서 살아온 이들이 원로가 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들의 소원은 아직도 조국통일이다. 통일된 나라의 참모습이 뭔지도 모르면서 위정자들이 부르짖는 그대로 남북통일이 삶의 목표요 목적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국민통합과 소통이 그 자리에 환치되었다. 최고 권력자는 바로 국민통합을 위해 혼신을 다해 애쓰는 인물쯤으로 상징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끝마다 통합을 부르짖었다. 국민통합이 국정의 지고지선이 된 것이다. 그럴수록 국론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통합은커녕 소통도 못했다는 대통령이 탄핵올무에 덜컥 걸려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왔을까? 아니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이른바 빨갱이들과 종북주의자들이 꾸민 각본에 의해 이 지경까지 몰린 것일까? 언론이? 친미주의자들이? 친일세력이? 아니면 몇몇 모리배들이?!

이제 사이버공간은 우리에게 많은 문제와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파내고 파내도 줄어들지 않는 보고(寶庫)인 동시에 엄청난 독소를 지니고 있다. 횃불과 태극기바람을 동시에 일으키고 있는 동력도 사이버라는 곳간에서 나오고 있음을 목도한다.

그 바람 앞에서 정치도 사회질서도 질식 상태에 빠져있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소문이 지배하는, 도깨비가 지배하는 나라가 돼버린 것이다. 부추기는 무리들이 제 세상을 만나 널뛰고 있다. 수많은 매체들이 저마다 성깔을 내세워 짖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구석이 없어 보인다. 아니, 그 바람을 이용하는 자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위정자들도, 재판하는 자들도, 돈 많은 자들도, 정책을 만드는 자들도 온통 바람을 향해 읍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IT강국이라는 나라가 어언 IT에 아부하는 나라가 돼버린 것이다. 다른 나라가 이기(利器)로 이용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나와 남을 이간질하고 윽박지르는 수단으로 밖에 쓰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화상치고는 너무 슬픈 모습이다. 차기 지도자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정책적 숙제이기도 하다.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할 길도 그 가운데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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