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유라 기자
산업부 정유라 기자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입주 난민’이라는 단어가 최근 자주 들려오고 있다. 이사 준비를 마쳤으나 입주가 불가해진 예정자들을 일컫는데, 다 지어진 신규 단지 곳곳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입주난민 발생 단지로는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를 꼽을 수 있겠다. 개포 자이 입주 지연은 조합과 단지 내 유치원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진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3년 전 단지 내 유치원이 재건축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게 원인으로, 법원이 이를 기각해 입주가 재개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서산 푸르지오 더 센트럴'도 입주를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입주민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단지 인근 카센터가 아파트 준공에 따른 영업 차질을 이유로 민원을 넣은 게 입주 지연의 원인이 됐다.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입주가 막힌 곳도 있다.

신월4구역 재건축 단지인 ‘신목동 파라곤’에서는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약 100억원 증액을 요구했는데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조합은 시공사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기각, 해당 단지 갈등은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입주 2개월을 앞둔 ‘대치푸르지오써밋’ 역시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만일 조합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키 불출 중단 등 제한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원인은 제각각이나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특히 경기침체로 원자재값이 급등한 시공사와 금리 인상으로 사업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시행사간 갈등은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임은 알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입주 지연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한 평생 내집 마련을 위해 달려 온 입주 예정자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청약 문턱을 간신히 넘어 정해진 분양가를 성실히 납부해 온 소시민들이다.   

그런 이들이 예상치 못한 입주 지연으로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이사를 위해 새로 마련한 가구·가전 배송 일정을 힘겹게 조정하고 있으며 자녀의 통학과 직장 출퇴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입주 지연 사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입주 지연 보상금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었을 당시에도 입주 예정자들은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공사비 증액 갈등 해결을 위한 국회 논의에서도 피해자 보상 방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다른 누구보다 이들 입주 예정자를 위한 중재안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시공사와 시행사 또한 사업의 성공적 완료를 위해서라도 분양금을 성실히 납부해 온 예비 입주민을 우선 생각하는 해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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