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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시 대상 수상작] 간이역에 사는 사람들

기사승인 2023.01.09  09: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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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호식

발이 많아서 천천히 멀리가도 지치지 않는

통일호는 어디나 서며

누구나 내려주고 아무나 태웠다

 

완행열차를 통일호라고 이름 지은 것은

통일은 더디 와도 된다는 걸까

 

자정을 깨워

간이역마다 지친 잠들이 내리고

서울 역에도

부스스한 다음날이 내렸다

 

간이역은 가난하고 고루한 기차만 서는 곳인지

작고 더딘 사람만 내리는 역인지

 

내리고 싶지 않은 기차는 제 몸뚱이를

철로 위에 길게 널어두고

바람만 달려 보내기도 한다

 

사라진 간이역이 골목 모퉁이에 문을 열었다

驛시

지치고 느린 사람들이 가쁜 걸음으로 들러

소주를 병째 들이켜고

엉킨 혀로 돌아가는 작고 헤진 역

 

역장 아줌마와 연착 된 하루를 풀고 간다

 

   
 

차종혁 기자 justcha@finomy.com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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