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올해도 제약·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였다. 여기에 2018년부터 이어진 불순물 사태, 보톡스 이슈까지 뒤섞이며 악재들이 업계를 뒤흔들었다. 국내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사상누각의 한 해였다. [편집자주]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개발(R&D)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개발(R&D)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코로나치료제 개발 이어져

올해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치료제의 복용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작년에는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셀트리온, GC녹십자가 임상을 시작했다. 대다수가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치료 범위)을 탐색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이었다.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제약사들은 흡입형, 경구용(먹는) 치료제로 차별점을 뒀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S-217622의 국내 임상시험(P2/3)을 승인받았다.

일동제약은 한국의 무증상 환자 및 경증·중등증 환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S-217622의 임상을 실시한 후, 내년 상반기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S-217622는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보였으며 SARS-CoV-2에만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부터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처(TG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흡입제형의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셀트리온과 계약을 체결하고 흡입형 렉키로나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인할론 바이오파마(Inhalon Biopharma)가 임상을 진행한다.

이 임상은 건강한 피험자 24명을 대상으로 투여하고, 연내 임상2상에서 유효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흡입형 렉키로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도 점막에 항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호흡기를 통해 폐에 약물을 직접 전달한다. 이로 인해 환자 편의성이 증대돼 항체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셀트리온은 기대하고 있다.

 

사르탄류 또 불순물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혈압치료제인 로사르탄 성분 함유 의약품의 불순물 조사 결과 인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로사르탄 성분 함유 의약품 중 아지도 불순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 1일 섭취 허용량(1.5㎍/일)은 초과(1.7~88.7㎍/일)했으나, 인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지난 5월 캐나다 연방보건부가 아지도가 검출된 테바, 산도즈 등 9개 제약사의 사르탄류 성분 의약품을 회수 조치해 시작됐다.

이에 식약처도 그 다음달 사르탄류 성분의 고혈압치료제를 대상으로 불순물 점검에 들어갔다.

또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로사르탄은 물론, 올메사르탄, 피마사르탄, 칸데사르탄 계열 의약품에 대해서도 각 제약사에 불순물 검출 가능성을 자체 검증해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불순물은 지난 9월 사르탄류(로사르탄·발사르탄·이르베사르탄) 3종 중 확인된 불순물 AZBT와 다른 성분이다. 

안전성 조사 결과, 시중 유통 중인 306개 품목(99개사) 중 로사르탄 아지도 불순물이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해 검출되거나 초과 검출이 우려되는 295개 품목(98개사)의 전체(241개 품목) 또는 일부(54개 품목) 제조번호 제품을 자발적으로 해당 제약사에서 회수에 들어갔다.

휴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사진=휴젤>
휴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사진=휴젤>

휴젤도 보톡스 허가 취소

메디톡스에 이어 휴젤도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의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식약처는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톡스를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보톡스 제제 6개 품목의 허가를 취소한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번에 취소된 품목은 휴젤 4개, 파마리서치바이오 2개다. 휴젤의 보툴렉스·보툴렉스50단위·보툴렉스150단위·보툴렉스200단위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주100단위·리엔톡스주200단위다.

앞서 메디톡스도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취소당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메디톡신을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한글 표시 없는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였다.

보톡스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더라도 이와 별도로 시판되기 전에 식약처로부터 품질 등을 확인받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약품 임의제조 도마 위

의약품 임의제조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바이넥스를 시작으로 비보존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영풍제약, 한국파비스제약, 삼성제약, 지엘파마, 동인당제약, 한솔신약 등 6개 업체가 의약품 품질관리 위반으로 적발됐다.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은 의약품 제조 시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첨가제를 임의로 사용하고 이를 기록하는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약사법을 위반했다.

이들은 식약처 점검에 대비해 원료 칭량부터 제조 완료까지 모든 공정을 거짓으로 작성하고 실제 제조에 사용한 기록은 제조 후 폐기했다. 제조 방법을 변경하지 않고 원료 사용량을 임의로 증감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바이넥스 사태에 대해 “정부당국의 조치와 별개로 빠른 시일 내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윤리위원회 회부 등 단호한 일벌백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임의제조 적발로, ‘공동생동 1+3’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는 무분별한 공동생동과 위탁생산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국내제약사 인수합병 활발

올해는 국내 회사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한 한 해였다. GS그룹의 휴젤 인수부터 엠투엔의 신라젠 인수, 유비케어의 아이쿱 인수가 있었다.

휴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GS-CBC 컨소시엄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휴젤은 국가핵심기술인 보툴리눔 독소제재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인수·합병 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 8월 24일 휴젤 최대주주인 Leguh Issuer Designated Activity Company(이하 LIDAC)는 GS-CBC 컨소시엄과 보유주식 535만5651주(지분율 42.89%)와 전환사채를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휴젤의 주식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에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 싱가포르의 씨브리지캐피털,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등 네 곳이 참여했다.

GS는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공동으로 해외법인(SPC)을 설립해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각각 1천747억원(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GS와 IMM인베스트먼트는 휴젤 해외법인 지분 27.3%를 확보하게 된다.

신라젠은 지난해 최대주주의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다.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탓이다.

이에 신라젠은 최대주주를 엠투엔으로 교체한 후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엠투엔은 총 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본계약을 통한 지분 취득 후, 추가 운영자금 400억원을 투입하기도 하는 등 신라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유비케어는 지난 9월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전문기업 아이쿱의 지분 33%를 인수했다.

유비케어는 아이쿱 인수로 환자의 진료부터 질환 관리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아이쿱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상경 유비케어 대표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양사가 성장하는 국내 만성질환 관리 시장 발전에 유익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아이쿱의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연동을 바탕으로 의사의 편의성 향상과 만성질환자 건강 회복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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