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미국 방문, 공급망 점검
무한경쟁 파운드리, 전진기지 마련

지난 24일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지난 24일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4개월 만에 미국을 방문, 현지 공급망을 점검하고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를 확정 지었다. 귀국길에선 “냉혹한 현실을 확인했다”며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소회를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방미를 계기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초격차 뉴(New)삼성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왔다.

지난 14일 출국해 10박 11일 일정으로 미국·캐나다를 찾은 이 부회장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버라이즌 등 세계적 바이오·IT기업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미래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현지 공급망을 점검했다.

실리콘밸리 내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도 방문, AI·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귀국 당일에는 미국 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여 온 삼성전자 반도체 제2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했다. 공장 건설에만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원)가 투여되는 초대형 투자로, 해당 공장은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귀국 당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비즈니스 파트너와 회포를 풀었다”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뉴삼성 달성을 경영기치로 내건 이재용 부회장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시장 내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투자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대만 TSMC는 올해만 300억 달러,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대만은 물론 미국·일본 내 설비 증설 및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최강자인 미국 인텔 또한 자국 정부의 공급망 확보 전략에 발맞춰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천명, 신규 파운드리 시설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우위 확보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해 최첨단 소재·부품·장비업종 대상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 단행 및 조직개편 예상도 흘러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중간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 더해 미국 내 무한 기술경쟁을 목도한 이 부회장이 ‘냉혹한 현실’이란 표현을 빌러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을 찾아 현지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투자 결정까지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뉴삼성 달성 의지를 다시 한 번 대외 피력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