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처브, 시그나와 M&A…라이나생명 인수
中다자보험 산하 동양·ABL생명도 매각설

라이나생명 본사 사옥<사진=라이나생명>
라이나생명 본사 사옥<사진=라이나생명>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라이나생명의 본사 미국 시그나 그룹이 보험 사업 분야를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국내 생명보험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자본의 시장 철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1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한국과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와 홍콩 사업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거래가격은 약 6조9천억원(57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처브그룹은 미국 최대 기업보험 전문 보험사로 전세계 54개국에 진출해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에이스손해보험과 처브라이프생명이 처브그룹 내 한국 계열사로 있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보사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 시그나그룹은 국내에서만 라이나생명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이 회사는 텔레마케팅(TM) 채널 등을 통해 치아 보험 등 간판 상품을 꾸준히 판매하면서 높은 순이익을 올려 왔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순이익은 1천651억원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이번 인수로 추후 처브라이프생명과 라이나생명의 합병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처브라이프의 방카슈랑스 채널과 라이나생명의 텔레마케팅 채널 등 각각의 영업 채널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의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매각설이 구체화 될 전망이다. 최근 다자보험이 현지서 매물로 나온 영향이다.

중국보험보장기금 등은 최근 다자보험 지분 98.8%를 시장에 내놨으며 매각 예상 금액은 한화 약 6조원 가량이다.

업계에선 국내 보험업 환경이 외국계 보험사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성장세 둔화와 함께 IFRS17 시행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감도 존재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새 지급여력제도 K-ICS가 시행된다.

앞서 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해 KB금융지주로 주인이 바뀌었다. 신한금융도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당국 규제 강화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다 보니 외국계 자본의 이탈이 늘고 있다”며 “매각을 통한 투자 수익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높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 회사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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